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도쿄/AFP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2일 도쿄도 등 10곳에 대해 긴급사태 발령을 한달 동안 연장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도쿄올림픽 개최를 위해 ‘정치적 배수진’을 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가 총리는 이날 오후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도쿄, 사이타마, 가나가와, 오사카, 후쿠오카 등 10곳에 대해 긴급사태 발령을 다음달 7일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달 7일까지 11개 지역에 긴급사태가 발령돼 있는데 다소 개선된 도치기현을 제외하고 대부분 연장되는 셈이다. 스가 총리는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긴급사태 선포 뒤 도쿄를 비롯한 전국의 신규 감염자 수가 감소 추세에 있으며 음식점 영업 단축을 중심으로 한 대책이 뚜렷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앞으로 감소 추세를 지속해 입원자와 중증자 수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긴급사태 기간에는 불필요한 외출 자제, 음식점 영업시간 단축(저녁 8시), 행사 인원 제한, 재택근무 확대 등의 조처를 내린다.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가게는 하루 최대 6만엔(약 63만원)의 지원금을 받게 된다. 지난달 13일부터 시행된 외국인 입국 전면 금지도 유지된다. 다만 정부는 감염 상황이 나아지는 지역에 대해선 긴급사태 기간 전이라도 조기에 해제할 방침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코로나 감염자가 감소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 자료를 보면, 지난달 8일 긴급사태 선언 이후 같은 달 25일 처음으로 하루 감염자가 2천명(2763명)대로 떨어졌지만 다시 3천~4천명대로 올라서는 등 들쑥날쑥하다. 지난달 31일 2673명에서 이달 1일 1792명으로 40여일 만에 2천명 아래로 내려오긴 했으나, 병상 부족 등 ‘치료 공백’에 대한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확진 판정을 받고도 집에서 요양하는 환자가 전국에 3만5천명이 넘는다. 정부 전문가 자문위원회 오미 시게루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지역에 따라 감염 수준이 아직 높고, 의료 부담이 과도해져 긴급사태 선언 해제는 어렵다”고 말했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2일 오후 스가 요시히데 총리 주재로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10곳에 대해 긴급사태를 연장하는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NHK 화면 갈무리
스가 총리는 지난달 8일 긴급사태를 다시 발령할 때 도쿄도 등 지방자치단체에 끌려가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것과 달리, 이번엔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요미우리신문>은 “다음달(3월) 25일 올림픽 성화 봉송이 예정돼 있어 긴급사태 기간 안에 코로나를 억제하지 못하면 올림픽 개최가 어려워진다”며 “총리가 ‘배수의 진’을 친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안팎에서 도쿄올림픽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는데다 국민의 80% 이상이 올림픽을 중단하거나 연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코로나 억제’ 말고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여당 안에서는 올림픽이 취소되면 스가 총리의 퇴진 요구 등 정치적으로 중대한 국면이 전개되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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