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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윤병세 “소녀상 이면합의 없다, 위안부TF 발표 유감” 반박

등록 2017-12-27 23:14수정 2017-12-28 11:26

TF 발표 직후 기자들에 ‘논평’ 보내
“비공개 부분 핵심 아냐…흔히 있어
협상 공개, 외교 수행의지 위축 우려
다수 외교합의 ‘최종적·불가역적’ 성격”

2015년 12월28일 한·일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이하 12·28 합의)를 발표한 당사자인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이 27일 공개된 한-일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이하 티에프) 보고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내용을 정면 반박했다. 여러차례에 걸쳐 ‘12·28 합의에는 이면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온 윤 전 장관은 “비공개 부분은 부수적 내용”이라면서도 “특히 소녀상 문제에 관한 합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합의 당사자인 윤 전 장관이 박근혜 정부의 ‘외교참사’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12·28 합의 검토 티에프의 발표에 반론을 펴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전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논평’을 보내 티에프가 “위안부 피해자 문제 협상의 복합성과 합의의 본질적·핵심적 측면보다는 절차적·감성적 요소에 중점을 둠으로써 합의를 전체로서 균형있게 평가하지 못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전 장관은 “복잡한 고난도의 외교협상 결과와 과정을 우리 스스로의 규정과 절차, 국제외교 관계를 무시하고 외교부 70년 역사에 전례가 없는 민간 티에프라는 형식을 통해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은 앞으로 우리 외교 수행 방식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도를 저하시킬 뿐 아니라, 우리 외교관들의 고난도 외교 수행 의지를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이날 티에프 브리핑에 앞서 “위안부 문제는 전시 여성 성폭력에 관한 보편적 인권의 문제로서 위안부 합의는 여타 외교 사안과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며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외교교섭의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티에프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말한 것과는 차이가 극명하다. 또한 오태규 티에프 위원장이 이날 브리핑에서 언급한 “안보나 국방 같이 비밀이 필요한 극히 제한된 부분 외의 사안에 관해서는 외교에서도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민주적인 과정과 절차가 중시돼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 입장이다.

윤 전 장관은 티에프가 ‘부족했다’고 지적한 합의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반론을 폈다.

그는 “12·28 합의는 20여년간 우리 정부와 피해자들이 원하던 3대 숙원사항(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 일본 총리의 공식적 사죄와 반성, 그 이행조치로서 순수 일본정부 예산 사용)에 최대한 근접한 것으로서, 이는 일본 정부가 그간 제시했던 어떠한 위안부 문제 해결 방안보다 진전된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협상타결에 이르기까지 피해자분들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했지만 외교협상의 성격상 피해 당사자 모든 분들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며 “그러나 이것이 12·28 합의의 본질적·핵심적 성과에 근본적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12·28 합의에서 피해자들의 ‘3대 요구’에 대한 진전이 있었던 점은 티에프도 인정한 부분이다. 다만 박근혜 정부가 이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소녀상 문제 해결 노력, 국제사회에서의 비난·비판 자제라는 일본 쪽 요구를 받아들여 그 의미가 퇴색했다는 게 티에프의 평가다. 박근혜 정부가 합의 조건으로 내어 준 이 세 가지는 이후 한국 정부뿐 아니라 위안부 지원 단체의 발목을 잡은 데 더해 국민 70% 이상의 반발을 부르는 단초가 됐다. 또 이로 인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민관이 공동으로 쏟은 오랜 노력이 무색해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윤 전 장관은 ‘피해자 의견 수렴’ 등은 “(피해자 할머니) 대다수 분들이 재단사업에 참여한 것처럼 앞으로 사업이 진전되고 한-일 관계가 개선돼 나가면서 보완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티에프의 발표를 보면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나 책임 ‘인정’이라는 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대신 일본 정부 관계자의 피해자 방문 등 피해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조치를 일본 쪽에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일본 정부는 12·28 합의 직후 재단에 출연하는 돈의 성격이 ‘법적 책임에 따른 배상은 아니’(기시다 외상)라거나 한국 정부가 요구한 ‘추가적 감성 조처’에 대해 “털끝만큼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아베 총리)고 선을 분명히 그은 바 있다.

윤 전 장관은 ‘이면합의’에 대해서는 “합의의 핵심이 아닌 부수적 내용으로, 새로운 합의라기 보다는 공개된 합의 내용의 연장 선상에서 우리 기존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전 장관은 “소녀상 문제에 관한 이면 합의는 없다”고 강조했지만, 이날 티에프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은 ‘주한 일본대사관 앞 설치된 소녀상 이전에 대한 한국 정부의 구체적인 계획’을 묻는 일본 쪽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기록됐다. 명시하진 않았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일본 쪽의 ‘소녀상 이전’ 요구에 ‘적절한 해결 노력’이라는 답을 한 것으로 풀이가 가능하다. 실제 기시다 외상은 12·28 합의 발표 직후 일본 기자들에게 “(소녀상은) 적절히 이전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랬음에도 윤 전 장관은 “비록 비공개 부분을 2015년 12월 28일 한-일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 내용에 포함시켜 대외발표하지는 않았으나 합의 이후 다양한 계기에 국회, 언론 등에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12·28 합의의 ‘이면합의’에 대한 의혹은 정치권과 언론에서 끊이지 않았으나 윤 장관은 한 번도 그 존재를 인정한 바 없다.

윤 전 장관은 12·28 합의에 ‘불가역적 해결' 문구가 들어간 것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외교적 합의는 별단의 규정이 없는 한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기본적으로 최종적·불가역적 성격”이라며 “불가역적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최종적 합의를 강조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책 사안이 아니라 전시 성폭력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두고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명시한 사례는 국제적으로도 찾기 어렵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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