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과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이 2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부산에서 열린 양자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진 외교부 장관이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과 26일 오전 부산 시그니엘 호텔에서 만나 양국 현안을 주제로 회담했다. 가미카와 외무상은 최근 서울고등법원이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유족들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음을 재확인하는 판결을 한 것에 관해 “국제법 위반”이라며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한-일 외교장관회담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박진 장관과 가미카와 외무상이 26일 오전 9시부터 오전 10시25분까지 약 85분 동안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한-일 관계, 그리고 지역, 글로벌 과제 등 다양한 현안 및 상호 관심사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 교환을 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최근 11월 23일 서울고등법원의 위안부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판결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서울고등법원 민사33부(재판장 구회근)는 이용수 할머니와 고 곽예남·김복동 할머니 유족 등 총 16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 법원의 각하 판단을 취소하고 청구 금액 전부를 일본 정부가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가미카와 외무상은 이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며 한국 정부에 시정조처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외무성은 회담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가미카와 외무상은 23일 서울고등법원에서 국제법상 주권면제 원칙이 부정되고 원고의 소를 인정하는 판결이 내려진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통해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해왔다.
박 장관은 일본 쪽의 항의에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가 양 국가 간의 공식 합의로서 존중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동 합의문(한-일 위안부 합의문)에 나와 있는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해 나가기 위해서 양국이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외교부 관계자는 말했다.
앞서, 일본 외무성은 판결 직후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했다. 또 가미카와 외무상 명의의 담화문을 통해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한국 정부가 강구하도록 요구했다. 이날 회담은 당초 예정된 시간(1시간)보다 긴 85분간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일본 쪽은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의 부산 유치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신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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