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각) 한 소년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를 걷고 있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무력 충돌이 발생해 지금까지 양측에서 2천3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벌어지면서 미국이 중국 봉쇄를 핵심으로 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12일 나왔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전략지역연구부장은 이날 오전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 관련 중동 정세평가 긴급 공개 온·오프라인 간담회’에서 “유럽 전선의 피로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중동에서 고질적이었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까지 터졌다”며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압박에 방점을 찍은 인태 전략을 유지할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 부장는 “미국이 이스라엘 지지 의사를 밝히며 항모전단도 파견했지만 내심 당혹스러울 것”이라며 “(중동 지역에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탓에)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인태전략을 중심으로 한 역외지도를 만들려던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에 균열이 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지상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까지 진입해 전면전을 벌일지를 놓고는 전문가 사이에 의견이 갈렸다. 인 부장은 “저는 이런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에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우선 국립외교원 국제안보통일연구부장은 “대규모 지상작전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런 정도의 전쟁에 준하는 공격을 받고 좌시한다면 또 다른 도발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해 대단히 강한 보복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민간인 사상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근욱 서강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싸우면 팔레스타인이 10배 가까이 높은 사상자가 나온다”며 “이번에도 비슷할 것이고 민간인 피해자가 많아질 텐데 그러면 여론이 갈릴 것이고 하마스가 선제 공격했다는 사실은 덮이고 이스라엘의 부담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인한 경제적인 위협과 관련해 인 부장은 “투자에서 위험요인인 불확실성은 생기지만 아직 유가에는 큰 영향이 오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가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고 선언한 데 실망한 서방 국가들이 50일가량 앞으로 다가온 2030 엑스포 유치전에서 한국을 지지할 수도 있다는 일각의 전망에 인 부장은 “(이번 사태가) 엑스포 선거전의 상황이나 판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신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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