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1일 워싱턴 근교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이스라엘 방문길에 오르며 기자들 질문을 듣고 있다. 앤드루스기지/A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이란이 연루됐는지가 관심을 끄는 가운데 이란 지도자들은 하마스의 계획을 모르고 있다가 공격 실행에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뉴욕타임스와 시엔엔(CNN) 등 미국 언론들은 11일 이란 지도부는 하마스의 공격 계획을 사전에 알지 못했으며 공격 개시에 놀랐다고 익명의 미국 행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 조직으로 하마스 등을 지원하는 쿠드스군의 동향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이란 지도자들은 지난 7일 하마스의 공격 개시에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처럼 이란이 공격 계획을 직접 도왔다는 근거가 없다는 게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기관들의 초기 정보 판단이라고 보도했다. 이란 지도자들이 이런 반응을 보였다는 것은 도청 등으로 얻어낸 정보로 보인다.
미국 행정부는 그동안 이란이 직접 연루됐다고 볼 근거는 없다고 밝혀왔다. 모건 뮤어 국가정보국(DNI) 부국장도 10일 의회 브리핑에서 이렇게 밝혔다고 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미국은 이란이 하마스의 작전에 대해 “미리 알았거나, 계획에 참여했거나, 자원을 공급했거나, 지도했다는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시엔엔에 말했다.
하지만 이란이 개입했다거나 개입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주장도 이어지면서 의혹은 완전히 잦아들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8일 하마스 및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익명의 고위 관계자들을 인용해 최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열린 회의에서 이란혁명수비대가 공격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이란혁명수비대 장교들이 8월부터 하마스와 함께 공중·지상·해상을 통한 이스라엘 침투 계획을 짰다고 전했다. 한 미국 관리는 “이란이 이번 공격의 정확한 범위와 시점은 몰랐을지라도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작전을 짠다는 사실은 알았을 것”이라고 시엔엔에 말했다.
미국 행정부는 이란이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면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원조할 가능성을 거론하며 연일 강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전날 연설에서 이란을 견제하려고 이스라엘 근해에 제럴드 포드호 항공모함 전단을 보냈다는 취지로 말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11일에도 유대계 지도자들과 만나 자신은 이란에 “조심하라고 분명히 해뒀다”고 말했다. 이는 이란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헤즈볼라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군은 이번 사태 발생 뒤 소규모 교전을 했다.
한편 마이클 매콜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하마스의 공격 사흘 전에 이집트가 이스라엘에 이를 경고했다고 이날 주장했다. 그는 “기밀을 자세히 말하지는 않겠다”면서도 이집트가 “이번과 같은 공격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정보를 이스라엘에 제공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어느 수준에서 그런 정보가 전달됐는지가 문제라고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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