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세종시 중소벤처기업부에서 강성천 중기부 차관(왼쪽) 주재로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 긴급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경제제재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대 러시아 전략물자 수출을 차단하기로 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외교부는 “정부의 수출통제 허가 심사를 강화해 대러 전략물자 수출을 차단하기로 이날 결정했으며, 이를 미국 쪽에 외교 채널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러시아를 상대로 한 △전략물자 수출 차단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배제 동참, 그리고 △전략 비축유 추가 방출 추진 △액화천연가스(LNG) 유럽 재판매 검토 등을 한꺼번에 발표했다.
‘대러 전략물자 수출 차단’ 조처와 관련해 정부는 이른바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가 정한 전략물자 품목의 수출을 사실상 불승인하는 방식으로 전략물자 수출 심사 제도를 운영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는 △핵물질과 관련한 원자력공급국그룹(NSG) △재래식무기 관련 바세나르체제 △생화학무기 관련 호주그룹(AG) △미사일기술 관련 미사일기술통제체제 등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나와 “4대 다자수출체제의 일원으로서 러시아에 대한 전략물자 수출통제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략물자’는 아니지만 미국이 독자 수출통제 품목으로 정한 전자(반도체)·컴퓨터·정보통신·센서·레이저·항법·항공전자·해양·항공우주 등 57개 품목과 관련해선 “관련 부처들이 조처 가능한 사항을 검토해 조속히 확정할 예정”이라고 외교부는 밝혔다. 미국은 이들 품목에 역외통제(FDPR·해외직접제품규칙) 규정을 적용했는데, 이렇게 되면 제3국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도 미국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면 미국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러시아에 수출할 수 있다.
정부는 주요 7개국(G7) 등이 밝힌 러시아에 대한 국제은행간통신협회 배제에 동참할 계획이며, 구체적인 방안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정부는 “국제 에너지 시장의 안정화를 위한 전략 비축유 추가 방출을 추진하고, 액화천연가스 유럽 재판매 등 여타 방안도 추가 검토해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러시아의 불법적 침공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한 우크라이나 정부와 국민 그리고 피난민을 돕기 위해 1000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긴급 제공하기로 결정했다”고 외교부가 이날 저녁 발표했다.
한편,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는 이날 서울 러시아대사관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의 대러 제재 동참’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견해를 밝혀달라는 질문에 “물론 기쁜 소식이 아니다. 깊은 유감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쿨릭 대사는 “제재를 하도록 하는 유일한 요소가 있다면 대한민국이 지금 받고 있는 강력한 외부 영향”이라며 “한국이 이런 압력에 항복해서 제재에 동참했다면 우리의 양자관계가 발전하는 추세가 바뀔 것”이라고 짚었다. 사실상 미국의 ‘압력’으로 한국이 제재에 참여해 한-러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쿨릭 대사는 “한국정부의 신북방정책 덕분에 양자관계가 잘 발전해왔는데, 요즘 벌어지고 있는 사태가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쿨릭 대사는 취재진과 문답에 앞서 한 머리발언에선 “한국 언론 매체들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완전히 서방시각에서만 보도하고 있다”면서도, 한국정부를 직접 겨냥해 비판하지는 않았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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