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주한미군 사드(THAAD) 배치의 후보지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경기도 평택의 미군부대 캠프 험프리스 담장 앞으로 미군들이 지나가고 있다. 평택/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박근혜 정부 3년 파탄난 외교안보통일
사드 배치 후보지를 가다
원주·왜관·평택·군산 등 주민 불안감
정부 일방 강행땐 ‘제2 대추리’ 우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정부 강경책
군사대결 키우고 민주주의 위협
찬성 의원들 “내 지역구엔 안돼”
시민단체 사드대책위 꾸리고
군산에선 지자체가 나서 대책회의
평택시장도 페이스북 통해 “반대”
사드 배치 후보지를 가다
원주·왜관·평택·군산 등 주민 불안감
정부 일방 강행땐 ‘제2 대추리’ 우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정부 강경책
군사대결 키우고 민주주의 위협
찬성 의원들 “내 지역구엔 안돼”
시민단체 사드대책위 꾸리고
군산에선 지자체가 나서 대책회의
평택시장도 페이스북 통해 “반대”
“칠십 평생 미군기지 철조망만 보고 살다 이제 좀 감옥 같은 철조망이 철거되나 했는데 앞으론 사드 전자파까지 걱정하게 생겼다.”
18일 강원도 원주 태장동 옛 미군기지인 캠프롱 인근에서 만난 신상운(71)씨는 걱정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후보지의 하나로 거론되기 때문이다. 이곳뿐이 아니다. 대구와 경북 왜관, 경기 평택, 전북 군산 등 그동안 언론에서 후보지로 거론된 곳에서 나오는 한결같은 반응이다. 경북 칠곡군 왜관의 미군부대 캠프 캐롤 근처에 있는 평장노인회관에서 만난 76살 할아버지는 “사드가 전자파가 그렇게 세고 위험하다고 하는데 주민들이 암 걸리는 것 아니냐. 절대로 이곳 마을 근처에 들어오면 안 된다”고 했다.
지역사회의 여론이 빠르게 조직화하고 있다. 대구에선 대구경북진보연대 등이 12·17·18일 잇따라 사드 배치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고, 원주에선 시민단체 30여곳이 참여하는 ‘사드 원주 배치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군산에서는 송하진 전북지사와 문동신 군산시장이 11일 전북도청에서 대책회의까지 여는 등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나섰다.
박근혜 정부가 미국과 함께 추진하는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는 강도높은 대북 압박·고립 추진의 핵심 수단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남은 임기 2년간 중국과 관계를 훼손하더라도 북한의 도발에 한·미 군사 동맹, 더 나아가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을 중심축으로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맞대응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하지만 사드 배치에 대한 지역사회의 부정적 목소리는 박 대통령의 이런 구상을 밑둥부터 흔들 수 있는 뇌관이다. 사드 배치 문제는 동북아 지역의 역학구도와 관련한 군사·외교 문제일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정부는 사드 부지 문제가 ‘제2의 대추리’나 ‘밀양 송전탑 사건’으로 비화할 위험을 경계하고 있다. 언론에 후보지가 거론되면 즉각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해명자료를 낸다. 부지 조건·면적 등 구체적 언급은 피한다. 군 당국자는 21일 “사드 1개 포대에 통제소, 레이더, 발사대 6기, 발전기 등이 들어가지만, 지형 조건이 중요해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괌에 사드를 배치하며 14.4만㎡(축구장 20개 정도의 크기)의 산림을 훼손했다는 지난해 미 육군의 환경영향평가서나 레이더의 지면 경사도를 2.86도 이하로 규정한 미 육군 기술교범 등을 고려하면, 최소 14.4만㎡의 개활지가 필요하리라 추정된다. 안전거리도 필요하다. 미 육군 기술교범은 AN/TPY-2 사드 레이더 앞쪽 130도 범위에서 100m까지를 접근금지구역으로, 3.6㎞를 비인가자 통제구역으로 설정한다. 5.5㎞ 이내의 상공은 항공기 접근 금지 구역이다. 그러나 평택 등은 도시화가 진행돼 이런 조건을 만족할 개활지를 찾기 어렵다. 공재광 평택시장은 13일 페이스북에 “캠프 험프리스를 기준으로 사람출입차단구역인 반경 3.6㎞ 이내에 1305세대 2982명이 거주하며 항공기차단구역인 반경 5.5㎞이내에는 6484세대 1만4536명이 거주한다”며 사드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전자파 피해 우려가 “과장됐다”고 부인한다. 군 당국자는 “100m 이내인 접근금지구역에만 들어가지 않으면 전자파 피해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밀양 송전탑과 관련해 의학적으로 전자파 피해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당국 설명에도 지역주민의 항의 농성과 시위가 몇 년 째 이어졌다. 2014년부터 일본 교가미사키 기지의 사드 레이더 설치 반대 운동을 이끈 시민단체 인사인 나카이 도모아키는 “레이더 전파 등으로 인한 건강 피해는 방사선처럼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진행되기 때문에 쉽게 눈에 띄지 않고 인과관계 증명이 쉽지 않다”고 짚었다.
지역의 민심은 정치권에 반영된다. 사드 도입에 찬성한 의원들도 사드가 자기 지역구에 들어오는 데에는 부정적이다. 원주 지역의 새누리당 김기선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어 “사드의 국내 배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원주는 최적지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침묵으로 난처한 처지를 비켜가기도 한다. 평택의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2일 기자들의 질문에 “사드를 어디 배치할지는 군 당국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문제”라며 피해갔다.
사드를 어디 배치할지는 4·13 총선에서 ‘뜨거운 감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이르면 이번주 한·미 공동실무단이 구성되더라도 후보지 결정은 4월 총선 이후 이뤄지리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대구·평택·원주·군산/김일우 홍용덕 박수혁 박임근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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