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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살아있을거란 희망 대신, 이젠 주검이라도…

등록 2010-04-16 18:51수정 2010-04-16 20:53

‘꽃미남’ 정 하사…‘몸짱’ 박 하사…사진으로만 남은 그리운 얼굴들
‘꽃미남’ 정 하사…‘몸짱’ 박 하사…사진으로만 남은 그리운 얼굴들
‘사람 좋던’ 이 원사 ‘연평해전 영웅’ 박 중사 가족 등 참담한 모습
천안함 침몰 이후 지난 15일까지 주검으로 귀환한 38명과 달리 실종 병사 8명은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 주검을 찾은 가족들의 오열이 이틀째 이어진 16일,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 사령부 임시 숙소에서 이들 여덟 가족은 외롭고 참담한 시간을 보냈다.

박경수 중사의 사촌형 박경식씨는 “참담하다. 같이 있던 사람들이 주검이라도 찾는 게 정말 부러울 정도다. 주검을 찾은 가족들이 ‘힘내라’며 신경을 많이 써주긴 한다. 그러나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주검으로도 귀환하지 못한 이들의 사연은 겹겹이 쌓인 안타까움만큼 두텁다. 천안함 사고 4일 전인 지난달 22일, 박성균 하사의 어머니는 아들한테 전화를 받았다. ‘엄마, 요새 잠이 안 오고 새벽에 자꾸 깨요. 악몽에 시달려.’ 어머니는 16일 “그때 꿈 얘기가 두고두고 가슴에 남는다”며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다리를 부러뜨려서라도 주저앉혔어야 했는데…”라며 흐느꼈다.

대학 1년을 마치고 입대한 박 하사는 어머니에게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머리핀과 머리끈을 선물로 내밀던 수줍은 아이”였다. 어머니는 “첫 휴가를 나와서는 부모님, 할아버지, 할머니, 사촌여동생 용돈까지 봉투에 넣어 줬다”고 아들의 자상함을 기억했다.

천안함 인양 하루 전날 아들 박보람 하사를 만나는 꿈을 꿨다는 박영이(48)씨는 현실에선 아들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그 대신 어머니의 손에는 아들이 “엄마 무릎 수술에 쓰라”며 남긴 정기적금 통장만 덩그러니 남았다.


천안함의 전탐팀장이던 이창기(40) 원사는 초등학교 때부터 ‘발명왕’이었던 아들(13·중1)을 유달리 자랑스러워했다. 어린 아들도 학교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아버지’를 꼽았다. 이 원사의 아들은 이날도 학교에 묵묵히 등교했다고 선생님들은 전했다.

이 원사의 아내 오행숙씨는 “할 말이 없어요”라며 힘없이 고개를 떨궜다. 이 원사는 올해로 임관 20년째, 어렵게 ‘부사관의 꽃’이라는 원사가 됐다. 구축함인 ‘전북함’ 레이다 통제실에서 이 원사의 상관으로 근무했던 양광동(43)씨는 “이 원사가 3단 접이식 침실에서 자다가 배의 흔들림 때문에 떨어져 치아가 부러진 기억이 난다”며 “소탈한 성격이어서 주변에 늘 사람이 모였다”고 아쉬워했다.

연평해전에서 살아 돌아온 ‘역전의 용사’ 박경수(29) 중사는 아내 박아무개(28)씨에게 한 가지 약속을 했다고 한다. “혼인신고만 한 채 딸(6)을 얻고도 10년 동안 미뤄온 결혼식을 올해엔 꼭 올릴게.” 박 중사의 사촌형 박경식씨는 “박 중사의 아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대학 1학년을 끝내고 전공을 살려 해군에 지원했던 강태민(21) 일병과 정태준(20) 이병도 똑같이 돌아오지 못했다. 정 이병의 대학 선배인 이근효(26)씨는 “태준이는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스스로 용돈과 등록금을 마련했다”며 “해군 가서 배를 타면 전기 관련 일을 할 수 있어 좋다고 했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천안함 침몰과 함께 ‘산자’와 ‘죽은자’가 갈렸듯, 천안함 인양에서도 운명은 또다시 어긋났다. 강원 동해시 광희고 동문이었던 심영빈(26) 하사는 주검으로 돌아왔지만 장진선 하사(22)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평택/송채경화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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