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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침실서 15명·화장실서 6명 주검 ‘휴식때 사고’

등록 2010-04-15 20:29수정 2010-04-16 13:39

아들…남편…아빠…전우… 마지막 한명까지 기다리겠습니다 (※ 희생·실종자 46명 검정 리본은 주검 수습, 16일 새벽1시30분 현재) *클릭하면 큰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천안함 함미 인양] 실종자 수색·안치
좁은 통로에 장비 뒤엉켜 수색 지연…한밤까지 수습 작업
희생자 신원 확인→가족 통보→사령부 이동→검안뒤 안치
방일민·서대호·이상준 하사, 이상민(88년생) 병장(이상 함미 승조원 식당), 박석원·강준·정종율 중사, 조진영 하사, 강현구·이상민(89년생)·이상희·이재민 병장, 안동엽·박정훈·김선명 상병, 장철희 이병(이상 기관부 침실), 신선준 중사, 임재엽 하사(이상 76㎜함포 하부 탄약고), 서승원 하사(디젤기관실), 차균석 하사(유도행정실), 문규석 중사(중사휴게실), 김종헌 중사, 김동진 하사, 이용상 병장, 김선호 상병(이상 후타실), 김경수·최정환·민평기 중사, 손수민·심영빈 하사, 조지훈 일병(이상 승조원 화장실)….

15일 오후부터 밤 11시30분까지 국방부 기자실에서 천안함과 함께 사라졌던 36명의 장병이 한 명씩 호명됐다. 배꼬리(함미)에서 주검이 수습된 장병들이다.

갑판에 있는 기관부 침실에서 이날 밤 11시30분 현재 15명의 주검이 발견됐으며, 1층의 승조원 화장실에서도 6명의 주검이 나왔다. 이 밖에 갑판의 함미 승조원 식당과 후타실에서도 서너명씩 발견됐다. 이 시각까지 주검이 확인된 36명 가운데 21명이 침실과 화장실에 발견된 셈이다. 국방부가 공식 발표한 사고 발생 시각이 밤 9시22분인 점에 비춰 볼 때, 이들은 밤 10시 취침을 앞두고 씻고 잠잘 준비를 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화장실에서 많은 장병이 발견된 데 대해 해군 관계자는 “초계함 화장실에는 변기뿐만 아니라 샤워기와 수도(꼭지)가 있기 때문에 취침에 앞서 씻고 빨래를 하는 장병들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군 26명, 민간인 전문가 10명, 미군 전문 조사 요원 2명 등 38명이 바지선에 올라 절단된 함미를 조사했다. 주검 확인은 4개 팀이 나눠 맡았다. 각 팀은 수사요원 1명과 해군 2명, 가족 대표 1명 등 4명으로 구성됐다.

천안함 침몰 실종자 위치와 주검 수습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b>실종장병 주검 수습</b> 해군 관계자들이 15일 오후 인천 옹진군 백령도 해상에서 천안함을 바지선 위에 올려놓은 뒤, 발견된 실종 장병들의 주검을 수습하고 있다.
  백령도/이종근 기자 <A href="mailto:root2@hani.co.kr">root2@hani.co.kr</A>
실종장병 주검 수습 해군 관계자들이 15일 오후 인천 옹진군 백령도 해상에서 천안함을 바지선 위에 올려놓은 뒤, 발견된 실종 장병들의 주검을 수습하고 있다. 백령도/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바다 날씨는 좋았다. 이날 경기 북부 앞바다의 풍속은 6~9m/s이고 파고는 0.5m에 불과했다.

하지만 작업은 더뎠다. 통로가 좁은데다 장비가 얽히고설켜 있었기 때문이었다. 해군 함정의 통로는 한 사람이 간신히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좁다. 함미를 둘러봤던 이정국 실종자가족협의회 대표는 “복도에서 서성거리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해군에 육군이나 공군에는 없는 ‘길차려’가 있는 이유다. 함장 등 상급자가 지나치면, 통로를 지나던 하급자는 벽에 붙어 길을 비켜선다. “내부가 많은 부유물과 전선으로 차 있다. 진입에 애로가 있고 통로 자체를 지나기 힘들어 (주검 수습이) 예정보다 지연되는 상황”이라고 이기식 합동참모본부 정보작전처장은 이날 오후 설명했다.

실종자들을 찾는 작업은 밤늦도록 계속됐다. 해가 지자 해군은 랜턴을 밝히고 미리 짜 놓은 야간작업 수칙에 맞춰 탐색을 계속했다. 해군은 원래 오후 4~8시 실종자 수색과 주검 수습을 마치고 저녁 8시 2함대 사령부가 있는 평택항을 향해 바지선을 움직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주검 수습이 늦어져 바지선 출발도 늦어졌다. 이상의 합참의장은 저녁 8시30분께 천안함 실종자 수색 작전과 관련해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현장에서 실종자를 다 찾겠다는 각오로 수색 작전을 실시하라”며 “정밀하고 완벽한 수색 작전을 실시한 후에도 더 이상 실종자가 확인되지 않으면 합참의장에게 종료 결과 보고 뒤 2함대로 출항하라”고 지시했다. 밤을 새우더라도 함미에서 실종자를 끝까지 찾으란 지시였다.

이날 주검 수습은 ‘독도함으로 옮긴 뒤, 신원 확인→가족에 통보→헬기로 2함대 사령부 이동→부사관·병 동기생 운구→검안소→안치소’ 차례로 진행됐다. 발견된 주검은 우선 인근 해역에 머문 독도함으로 옮겨졌다. 여기서 알코올로 주검을 닦은 뒤 태극기를 덮었다. 그 뒤 신원 확인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독도함에 머물고 있는 천안함 생존 부사관인 허순행 상사와 이광희 중사를 비롯한 해군 관계자 및 실종자 가족 등이 인식표와 전투복 명찰 등 여러 소지품을 토대로 대부분의 신원을 확인했다. 이날 실종 장병들은 대부분 소지품을 갖고 있어 발견된 지 20~30분 안에 신원이 확인됐다.

하지만 소지품이 없을 경우 신원 확인에 애를 먹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군은 소지품이 없는 경우엔 유전자 감식을 통해 신원을 확인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국방부 조사본부 과학수사연구소의 안희중 유전자과장 등 유전자 감식팀 일부를 민·군 합동조사단 과학조사팀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필요한 경우 실종자 가족의 디엔에이(DNA)를 채취해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 주검이나 유류품에서 얻을 수 있는 디엔에이와 대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은 신원이 확인된 장병들의 경우 가족에게 알린 뒤 주검을 유에이치(UH)60 헬기로 40분 거리인 평택 2함대 사령부로 옮겼다. 검안이 끝난 주검은 근처 2함대 사령부 안치소에 비로소 안치됐다. 지난달 16일 밝은 얼굴로 2함대 사령부를 떠난 지 꼭 30일 만이다.

고나무 황춘화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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