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대표단 방문, 협력 논의
필립 골드버그 대북제재 이행 담당 조정관이 이끄는 미국 정부 대표단이 중국에 이어 5일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1874호의 효과적 이행을 위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를 확대해 말레이시아 내 북한 계좌 동결에 나설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정부는 말레이시아에서 수상한 북한 계좌 몇개를 확인해 봉쇄에 나섰고, 골드버그 조정관이 이 문제를 말레이시아와 집중 협의할 것이라고 <연합뉴스>가 워싱턴의 핵심 소식통을 인용해 4일 보도했다. 통신은 또 지난달 26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나지브 라자크 말레이시아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금융제재를 포함한 북한 문제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미얀마에 수출하는 군사장비 등에 대한 대금을 말레이시아 계좌를 통해 받고 있어, 미국이 이를 차단하려고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초르치흥 말레이시아 재무차관은 골드버그 조정관의 방문은 이전의 많은 미국 관리들의 방문과 마찬가지로 “통상적인 방문”이라며 북한 계좌 문제 논의에 대해 부인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말레이시아에서 북한 관련 거래와 기업 활동들이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이들 활동에 대한 제재가 이뤄지려면 핵·미사일 프로그램과의 관련성이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소식통은 “(미국 대표단은) 말레이시아와 북한간의 금융·무역 거래에 대한 정보를 주고 말레이시아 정부의 협조를 요청했을 것”이라며 “말레이시아 정부가 검토를 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므로 계좌동결 등의 얘기는 아직 성급하다”고 말했다. 미국 대표단에는 2005년 방코델타이시아(BDA) 북한 자금 동결의 주역 중 한사람인 데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부차관보와 레베카 허시먼 국방부 대량파괴무기 담당 부차관보 등이 포함됐다.
이슬람권의 자금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는 말레이시아는 1973년 북한과 외교 관계를 수립했으며, 2000년에는 비자면제 협정을 체결해 북한 주민들의 30일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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