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12일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방문한 탕자쉬안 국무위원을 맞으며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신화통신 연합
미 중도·보수 싱크탱크 북핵 세미나 잇따라
강경·신중 논쟁 속 “금지선 설정” 한목소리
강경·신중 논쟁 속 “금지선 설정” 한목소리
“지금 북한과의 협상을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 북한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지켜보는 이란에 메시지를 보내게 된다는 이유가 아니더라도, 지금은 북한의 행위를 징계할 시기이다.”(존 울프스탈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
북한 핵실험 이후 잇달아 열리고 있는 워싱턴 중도·보수 성향 싱크탱크의 북핵 세미나는 대북 제재의 수위와 그 효과, 방법 등을 놓고 논란을 벌였다. 12일에는 대표적 보수단체인 미국기업연구소(AEI)를 비롯해 중도 성향의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11일에는 중도 성향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언론설명회 형식의 긴급토론회를 열어 대북 제재와 국제사회 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 제재론과 신중론=미국기업연구소의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대표적인 대북 강경론자답게 “북한체제는 경제 제재에 취약한 구조”라며 “미국이나 다른 국가 정부가 경제 제재를 가하면 김정일 독재체제 유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소의 댄 블루멘달 연구원은 한걸음 더 나아가 “북한의 공격 위험으로부터 미국과 동맹국들을 방어하고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을 막기 위해선 북한을 봉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봉쇄론을 피력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론 제재 신중론과 국제 공조, 특히 대북 제재의 지렛대를 갖고 있는 중국과 한국의 동참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지난해까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이었던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일본팀장은 “북한과의 직접 대화나 전면적인 해상봉쇄 같은 양 극단은 가능하지 않다“며 “부시 행정부 내에서 동맹국 및 중국과의 진정한 정책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한 대사와 주중 대사를 역임한 제임스 릴리 미국기업연구소 연구원은 “북한의 핵기술이 알카에다 등 테러 집단으로 이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 한국, 일본과 공조해야 한다”며 “대북 제재는 핵 확산에 초점을 맞춰서 조심스럽게 수행돼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미 국방부 동아태 차관보 출신인 커트 캠벨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도 “앞으로 몇주 안에 대북 제재의 수위를 놓고 (북한) 주변국들간에 심각한 분열이 재현될까 우려된다”며 “미국은 한·중·일의 대북 정책을 한데 엮어나가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핵 ‘레드라인’ 설정해야=일부 전문가들은 특히 북한의 핵활동에 분명한 금지선(레드라인)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를 지낸 랜디 슈라이버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핵확산 가능성이 잠재적 최대 위협”이라며 구체적인 레드라인을 정해 북한이 이를 넘어설 경우 어떤 결과가 뒤따를지에 대해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연구소의 존 울프스탈 연구원도 “핵기술 수출에 대해 새로운 레드라인을 그을 필요가 있다”며 “과거 소련이나 중국에 했던 것처럼 분명하게 억지력이 있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스팀슨센터의 앨런 롬버그 동아시아국장과 마이클 스웨인 카네기재단 연구원은 북한의 핵확산 활동이 최대 위협으로 부상할 것이란 의견에 동의하면서, 핵무기나 핵물질 등이 이전됐을 경우 그 출처를 밝혀낼 수 있는 과학적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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