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10월4일 오전 9시 국군 장교가 대북 직통연락선 전화로 조선인민군 연락관과 통화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북한이 9일 서·동해 군통신선 정기 통화에 사흘째 응답하지 않은 채 세번째 ‘핵어뢰’ 수중 폭발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사흘 이상 정기 통화에 응하지 않은 것은 한-미 연습에 반발해 통화를 거부했다가 복원된 2021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국방부는 북한이 이날 오전 9시와 오후 4시 군통신선 업무개시·마감 통화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7, 8일 오전·오후도 남쪽의 통화에 응답하지 않았다. 통일부가 담당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도 지난 7일 북한과의 통신이 이뤄지지 않았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주말인 8, 9일에 쉬기 때문에 통화가 없었지만, 군통신선은 주말에도 운영한다. 군 통신선은 남북 군사당국 간 유선통화, 문서교환용 팩스 송수신을 일컫는다.
북한이 사흘 이상 정기 통화에 응답하지 않은 것은 1년5개월 만이다. 2020년 6월9일 대북전단 사태 와중에 북쪽의 일방적인 조처 탓에 끝겼던 남북 정기 통화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 교환을 계기로 2021년 7월27일, 단절 413일 만에 복원됐다. 그러나 가동 열나흘만인 8월10일 한-미 연합군사연습을 비난한 ‘김여정 담화’ 발표 직후 다시 끊겼다가 55일만인 2021년 10월4일 해소됐다.
북한이 군통신선에 사흘째 응답하지 않는 이유는 아직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러나 사흘 내리 군 통신선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통화에 모두 응하지 않은 것으로 미뤄 정치적인 이유일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부터 이어진 대규모 한·미연합연습과 미국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개성공단 내 남쪽 시설 무단 사용 중단 요청, 북한인권보고서 공개 등에 대한 반발일 수 있다. 다만 그동안 북한은 일부러 통화를 거부한 경우라면 공식 보도를 통해 그 이유를 밝혀왔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8일 <노동신문>을 통해 “핵무기 수중 공격정 ‘해일-2’형”, 곧 ‘핵어뢰’ 수중 폭발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핵어뢰’ 수중 폭발 시험은 지난 3월21일 이후 세 번째다.
노동신문은 “4일 오후 함경남도 금야군 가진항에서 투입된 핵무인 수중 공격정 ‘해일-2형’은 1000㎞ 거리를 모의해 동해의 타원 및 8자형 침로를 71시간 6분간 잠항해 7일 오후 목표 가상 수역인 함경남도 단천시 룡대항 앞바다에 도달했으며 시험용 전투부가 정확히 수중 기폭됐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달 25~27일에도 “핵무인 수중 공격정 ‘해일-1’형” 수중 폭발시험을 했다고 공개하며 잠항 시간이 41시간27분, 거리는 600㎞였다고 했다. 보도 대로라면 해일-2형은 해일-1형보다 각각 30시간, 400㎞를 더 잠항한 것이다. 앞서 북한은 3월21~23일 “핵무인 수중 공격정 ‘해일’이 59시간12분 잠항한 뒤 수중 폭발했다”고 발표했다.
한편, 노동신문은 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추대 30주년을 맞아 “선군의 길이 우리식 사회주의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라고 보도했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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