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부 장관(가운데)과 김승겸 합참의장(왼쪽),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오른쪽)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북한 무인기의 우리 영공 침투 사태 관련 현안보고를 위해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유엔군사령부(유엔사)가 지난달 26일 북한 무인기가 수도권 영공을 침범한 행위와 이에 맞대응해 한국이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낸 행위가 모두 한국전쟁 정전협정을 위반한 것이라는 조사 결과를 26일 공식 발표했다.
유엔사는 이날 “남북 양쪽에서 발생한 영공 침범 사건에 대해 지난달 26일부터 특별조사를 진행했다”며 “결과 다수의 북한군 무인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한 행위는 북한군 쪽의 정전협정 위반임을 확인했다. (이에 대응해) 한국군 무인기가 비무장지대를 통과해 북쪽 영공에 진입한 것은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북한 무인기가 수도권 영공을 침범하자 군 당국은 육군 군단급 무인기 ‘송골매’ 2대를 군사분계선 북쪽 상공 수㎞까지 보내 정찰 비행을 했다. 당시 국방부는 우리 군 대응 작전이 “자위권 차원의 상응 조처로, 유엔 헌장이 보장하는 합법적 권리”라고 말했다.
이날 유엔사 조사 결과 발표 뒤에도 국방부는 “우리 군이 군사분계선 이북으로 무인기를 운용한 것은 북한의 무인기 침범에 대한 자위권 차원의 조치로 정전협정에 의해 제한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 관계자는 북한 무인기의 서울 용산 대통령실 근처 비행금지구역(P-73) 침범 사실이 지난 5일 언론에 보도된 경위를 군 방첩기관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북한 무인기의 비행금지구역 침범 가능성을 제기한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명백한 사찰이며 언론과 국회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합참)는 당시 북한 무인기의 대통령실 근처 비행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하다가 언론 보도 뒤 “무인기의 항적을 추가 분석한 결과 (대통령실이 포함된) 비행금지구역의 북쪽 끝 일부를 지난 것으로 보인다”며 말을 바꿨다.
아울러 합참은 이날 국방위에 보고한 전비태세검열 중간 결과에서 지난달 26일 수도권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를 처음 발견한, 경기 북부 관할 육군 1군단이 이를 ‘긴급상황'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합참은 이 때문에 인접부대와 고속상황전파체계 등을 이용한 상황 공유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관련 규정에는 북한 무인기로 추정될 경우 긴급상황목록으로 평가해 고속상황전파체계를 사용하도록 돼 있다. 고속상황전파체계를 사용하면 상급부대뿐만 아니라 모든 부대 작전 계통이 실시간으로 상황을 알 수 있다.
당시 1군단과 서울을 지키는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는 무인기 항적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이 없어, 1군단이 추적한 북한 무인기 항적 정보가 수방사로 넘어가지 않았다. 조사 결과 정보공유를 통한 육군과 공군의 체계적 대응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군단은 이상한 항적이 포착됐다고 유선전화로 공군작전사령부에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고속상황전파체계나 고속지령대 등 비상용인 지휘통제 시스템은 쓰이지 않았다.
합참은 북한 무인기가 카메라를 장착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무인기 비행고도, 사진기 성능을 고려할 때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 일대는 촬영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합참은 이번 전비태세검열에서 실무진을 비롯해 지상작전사령관, 수방사령관, 공군작전사령관, 1군단장고위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과오자'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문책과 관련해 국방위에서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해서 결론을 내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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