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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투기’ 두 후보 낙마…청, 여론 기울자 ‘조기 진화’

등록 2019-03-31 18:57수정 2019-03-31 22:06

조동호 전격 지명철회…현 정부 처음
‘부동산 논란’ 최정호는 자진 사퇴
청와대 “국민 눈높이와 안맞아”

정국 경색 장기화 막기 위한 조처
문 대통령, 주말 긴급회의서 결정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이 31일 오전 청와대에서 인사청문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윤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이 31일 오전 청와대에서 인사청문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윤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전격 철회했다. 후보자의 자진사퇴가 아니라, 문 대통령이 직접 임명을 철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자진사퇴했다. 지난 29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사퇴에 이어 두 후보자의 거취를 비교적 신속하게 정리한 것으로, 2기 내각 전체로 ‘불똥’이 튀어 정국 경색이 장기화하는 걸 차단하려는 조처로 풀이된다. 두 후보자에 대한 거취는 지난 30일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정리했다고 한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청와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 대통령은 오늘 조동호 과기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했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후보자의 자격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의 끝에 지명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30분 전에는 부동산 투기 논란에 휩싸였던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를 발표했다. 지난 8일 청와대가 발표한 7명의 장관 후보자 가운데 2명이 낙마한 것이다. 윤 수석은 “청와대는 이번 장관 후보자 인선에서 7대 공직 배제 검증기준을 적용하고 준수했지만, 국민 눈높이를 맞추는 데 미흡했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한층 높아진 국민의 기준에 부합하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부동산’과 ‘거짓말’이 낙마 이유
문 대통령이 취임 뒤 처음으로 조 후보자의 임명을 철회한 데는 장관 후보자가 거짓말을 했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조 후보자는 청와대 검증 과정에서 카이스트(KAIST) 교수 시절인 2017년 12월 ‘해적 학술단체’로 꼽히는 인도계 ‘오믹스’ 관련 학회에 참석한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윤 수석은 “조 후보자가 해외 부실 학회에 참석한 사실을 밝히지 않았고, 교육부와 관련 기관 조사에서도 드러나지 않아 검증에서 걸러낼 수 없었다”며 “조 후보자의 다른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지명을 철회했다”고 말했다. 앞서 조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국가 연구비를 이용해 외유성 출장을 다녀오고 아들의 호화 유학 지원 의혹, 서울·경기 지역 부동산 9건 보유 논란이 일면서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기존 부적격 요인에 신뢰성마저 무너지며 현 정부 첫 임명 철회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지난해 5월 ‘인사검증 과정에서 허위로 답하거나 관련 사실을 숨긴 경우 향후 공직 임용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내용의 인사검증 기준 강화 원칙을 발표한 바 있다.

최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 논란 탓에 일찌감치 낙마 최우선 순위로 꼽혔다. 그는 서울 강남과 경기도 성남 분당, 세종시 등 ‘알짜’ 지역에 다주택을 보유한 사실이 드러났고, 후보 지명 직전 딸에게 분당 집을 증여한 사실이 알려지며 ‘꼼수 증여’ 논란에 휩싸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부동산 투기를 막아야 할 주무 장관이 투기 의혹에 휩싸였다는 점에서 도저히 임명할 수 없겠다는 판단이 섰다”고 전했다.

최 후보자의 낙마 배경에는 과거 참여정부 시절 부동산 정책이 실패하며 정권이 휘청였던 트라우마가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여러 청와대 관계자들은 “참여정부 때 ‘버블세븐(강남·서초·송파 등) 지역’ 부동산값을 잡지 못해 정권이 무너지지 않았느냐”며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조금이라도 훼손돼선 안 된다는 부담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틀 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재개발 지역 복합건물을 매입했다가 물러난 탓에 최 후보자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분위기도 있었다.

■ “민심 겸허히 수용” 문 대통령이 직접 정리
문재인 대통령은 토요일인 지난 30일 노영민 비서실장 등 주요 참모들과 긴급회의를 열어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 불가 방침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까지만 해도 청와대 참모들은 “김 대변인 사퇴 뒤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자”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7대 원칙을 어긴 게 없으니 장관 후보자 7명은 모두 그대로 간다”는 발언 등도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 한 청와대 관계자는 “여당의 건의도 있고, 국민정서가 급격히 나빠져 결단을 내리게 됐다”며 주말 사이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또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민심은 민심대로 겸허히 수용하고, 야당의 정치 공세를 차단하려면 두 후보자는 정리를 해야 한다고 봤다”며 “문 대통령이 검증 과정인 국회 인사청문회를 존중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데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2기 내각 임명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길어질 경우 열흘 앞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과 이어질 남북, 북-미 대화 추진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 하락 추세와 임박한 4·3 보궐선거도 청와대엔 부담이었다. 한국갤럽이 지난 29일 발표한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43%로 취임 뒤 최저치를 기록했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역시 35%로 하락 추세였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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