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CGV 용산점에서 영화 ‘1987’을 관람하기 앞서 고 이한열 열사 모친 배은심 여사로부터 책 ‘1987 이한열’을 건네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정치적 성향을 갖고 문화예술에 관한 정부의 지원을 차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씨지브이(CGV) 근처 식당에서 박근혜 정부 시절 차별과 탄압을 받은 문화예술인과 점심을 함께 한 자리에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영화 <1987>을 관람한 뒤 배우 김규리씨, 소설가 서유미씨, 시인 신동옥씨, 극단 하땅세 대표 윤시중씨, 문화 아이콘 대표 정유란씨, 문화예술기획 이오공감 대표 김서령씨, 음악감독 겸 가수 백자씨 등 박근혜 정부가 작성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문화예술인 7명과 함께 오찬 간담회를 열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문건을 만들어 이들에 대한 지원을 배제한 사건이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 조사 및 제도개선 위원회’는 피해를 당한 문화예술인이 1012명, 단체가 320곳이며 총 피해건수가 2670건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정치적 차별 없는 지원을 약속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아픔을 보상해 드릴 길이 별로 없지만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 책임자를 처벌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또 문화예술인이 정치성향 때문에 표현의 자유에 억압을 받는 일이 없도록,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강구하겠다. 한마디로 문화예술에 관한 정부의 지원을 대폭 늘리되 지원에 관해서는 정치적 성향을 갖고 일체 차별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지원하면 정부는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확실하게 지켜가겠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자책과 회한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제가 가해자는 아니지만 저 때문에 그런 일이 생겼고 많이 피해를 보셨다. 블랙리스트 이야기를 듣거나 피해를 입으신 분들을 만나면 늘 죄책감이 든다”며 “실제 블랙리스트 피해자분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2012년 대선 때 저를 지지하는 활동을 했거나, 문화예술인 지지 선언에 이름을 올렸다는 아주 단순한 이유 하나 때문에 오랜 세월 고통을 겪었다”며 “이후 세월호 관련해서 또 많은 분들이 고초를 겪었는데 그런 일조차 제가 2012년 대선 때 정권교체에 성공했더라면 겪지 않았을 텐데라는 회한이 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블랙리스트라는 명단이 만들어진 이유는 그만큼 문화의 힘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촛불집회 때도 문화가 결합해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었다”며 문화예술인들이 더 많은 구실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오찬 간담회 뒤 문 대통령은 동양화 작가로 데뷔한 김규리씨에게 동양화 붓을, 신동옥씨에게는 표현의 자유에 제한이 있었던 불편한 창작활동에서 벗어나라는 뜻에서 물공단 양면방석을 선물하는 등 각각의 의미를 담은 선물을 참석자들에게 전달했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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