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전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 문재인 대통령과 한 통화에서 “한국은 미국의 훌륭하고 위대한 동맹이자 동반자이며, 미국은 한-미 동맹을 위해 막대한 국방예산을 지출하고 있다”며 “다만 막대한 대한 무역적자를 시정하고 공정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과 관련해 ‘대북 공조 방안’을 논의하다가 ‘갑자기’ 나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 문제를 적극적으로 꺼낸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56분간 지속된) 양국 정상의 대화 중후반쯤, 대화 3분의 2가 끝나갈 때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 문제로 대화 주제를 자연스럽게 넘겼다”며 “본인 스스로 대화를 이끌어 갔다”고 전했다. 이날 두 정상의 통화는 사전 의제 조율 없이 이뤄졌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전례 없이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만장일치로 결의한 직후 후속 조처를 논의하는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무역협정을 또 입에 올린 것은 다소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이 우리 쪽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며 통미봉남 전략을 펴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부담’ 문제를 얹어 자유무역협정 개정이라는 자국의 경제적 이익 챙기기에 골몰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기습 압박’에 “안보분야의 동맹과 함께 경제분야 협력의 근간이 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기존의 성과를 바탕으로 양국에 더욱 호혜적인 방향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맞받았다. 문 대통령은 또 “우리측 대표인 통상교섭본부장이 최근에 임명된 만큼 앞으로 양측 관계 당국 간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은 한-미 동맹을 위해 막대한 국방예산을 지출하고 있다”고 한 데 대해 “우리는 국방비 지출을 늘려갈 계획이고 내년에 특히 그럴 계획이 있다”며 “국방예산 대부분이 한국군 자체 전략 방어력을 높이는 데 사용되겠지만, 국방비 상당 부분이 미국 첨단무기 구입에 쓰일 것이어서 대한 무역적자 규모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논리로 반박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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