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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김정은 원하는 건 체제 보장과 대미관계 개선”

등록 2017-06-20 23:49수정 2017-06-21 16:52

“북과 조건없는 대화 말한 적 없어”
‘북핵·미사일 동결→완전폐기’
문 대통령, 단계적 접근 제시

“김정은 허세 확인 방법은 대화
트럼프, 북핵폐기 이룬다면 최고 외교성과 될 것”
20일 미국 <시비에스>(CBS)가 방영한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터뷰는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으로 인한 북-미 관계의 경색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과의 대화는 지속되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소신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문 대통령은 북한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자신의 대북 정책이 트럼프 행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북한과 대화의 문을 열어두는 데 주력했다.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돌출한 웜비어 사망이라는 대형 악재로 인한 불똥을 차단하면서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자신의 구상을 실현할 공간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실제 문 대통령은 ‘비이성적 지도자와 무릎을 맞대고 협상할 수 있겠느냐’는 시비에스 기자의 질문에 “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까지 국제 사회가 유엔 안보리의 결의에 따라서 해 왔던 제재와 압박만으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청와대 녹지원에서 미국 <CBS>의 프로그램인 ‘디스 모닝’(This Morning) 노라 오도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청와대 녹지원에서 미국 의 프로그램인 ‘디스 모닝’(This Morning) 노라 오도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내 생각이) 미국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배치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와 압박 위주였던) 과거 정부의 실패에 대해 비판하고 반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북한을 압박하면서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를 기다리는 ‘전략적 인내’ 정책을 편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비판했듯이, 문 대통령도 압박과 설득을 병행하면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는 점에서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일치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북한과 조건 없는 대화 재개를 원한다’는 워싱턴 정가의 시각에 대해선 적극 해명했다. 문 대통령은 “아무런 전제 조건 없는 그런 대화를 말한 적이 없다. 일단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동결시키게 만들고, 2단계로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를 이루어야 한다”며 “(이런) 단계적 접근의 필요성은 미국 내에서도 많이 이야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를 대화의 조건으로 내걸어선 상황 진전이 어려운 만큼, ‘핵과 미사일 동결’을 시야에 두고 대화를 시작해 북한의 행동에 상응하는 조처들을 단계적으로 취하면서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로 나아가는 점진적 프로세스를 밟아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를 적극 권장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이 이성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도 한때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할 의향을 밝혔고, 김정은을 만나는 것이 영광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보다 (대화 의지가) 더 앞서 나갔다고 믿는다”고 했다. ‘김정은이 햄버거를 좋아한다고 믿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아마도 (그럴 것이다). 진정으로 (김정은이) 바라는 것은 북한 체제와 정권의 안전 보장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핵무기와 관련한 허세를 이어갈 테지만, 속내는 한반도의 평화체제가 유지되고 미국과 관계가 개선되는 것을 바란다”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북한과 대화를 해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과의 대화가 트럼프 대통령의 위대한 업적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가 자신의 최우선 순위에 있다고 밝힌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북핵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고 추어올렸다.

다만 웜비어 사건으로 인한 미국 내 ‘반북 정서’를 의식한 듯 북한 당국에 대한 비판적 입장은 명확히 했다. 문 대통령은 “웜비어가 북한에서 부당하고 잔인한 대우를 받은 것으로 유추할 수 있는 만큼, 북한의 그런 잔인한 행동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대화를 재개하는 데 있어) 북한이 비이성적 정권이라는 인식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미국 내 ‘반북 정서’가 심화돼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강성 기조로 치달을 경우, 동맹관계인 우리 정부에도 강한 제재와 압박에 동참하라는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H6s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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