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바뀌어…기소권은 일원화돼야”
김성호(56·사시 16회)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이 신임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데 대해 검찰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였지만, 일부에서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 처장이 검찰 출신임에도 검찰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공직부패수사처(공수처) 설치에 적극 찬성해왔기 때문이다.
김 처장도 검찰의 이런 기류를 의식한 듯 8일 공수처와 관련해 “현재 정부안이 국회에 올라가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 논의를 통해 결정돼야지 (법무부 장관이) 언급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기소권은 일원화돼야 한다는 게 평소 소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처장은 공수처 설치 논의가 시작될 당시에는 정부안보다 강력한 권한을 가진 공수처를 설치해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석에서 “공수처에 수사권뿐 아니라 기소권도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예 특별검사제가 더 낫다”는 의견을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기소독점권을 주장하는 검찰의 뜻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하지만 김 처장은 이날 “공수처 설치가 대통령의 공약으로 나올 때와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고, 검찰도 그때와 견줘 훨씬 신뢰할 수 있게 됐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검찰 밖에서는 김 처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컸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어 “비검찰 출신 법무부 장관이 추진해 온 검찰 권력에 대한 견제와 검찰 개혁이 또다시 검찰 출신 장관 임명으로 인해 후퇴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김 처장이 검찰 과거사 청산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에 민감한 사안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김 처장은 대검 중수 2·3·4과장과 서울지검 특수 1·2·3부장을 지내는 등 대표적 ‘수사통’으로 꼽힌다. 1982년 이철희·장영자 어음사기 사건과 88년 5공비리 사건, 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부정축재 사건 등 대형 부정부패 및 경제비리 사건을 수사했다. 대구지검장을 역임한 뒤 2004년 부패방지위원회(현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처장은 이날 “굉장히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게 된 것 같다”며 “여러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어떤 것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 열심히 연구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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