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 추대법회에서 합장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11억원을 사인에게 빌려 퇴임 뒤 기거할 경남 양산 하북면 사저를 신축한 것으로 공직자 재산공개 결과 드러났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 부부가 취임 전 살던 양산 매곡동 집을 처분해 이 채무를 갚았다고 설명했지만 돈을 빌려준 사람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31일 관보를 통해 공개한 문 대통령의 재산 내역을 보면,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채무가 11억원이었고 문 대통령도 지난해 농협은행으로부터 3억8873만원을 차입했다. 사저를 새로 짓는 데 문 대통령 대출만으로는 부족해 김정숙 여사가 11억원을 빌렸다는 것이다. 퇴임 뒤 대통령 경호시설의 경우 국가 예산이 투입되지만, 사저 건립 비용은 대통령 본인이 충당해야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공직자 재산신고는 지난해) 12월31일 상황이었고, 최근에 기존 (경남 양산) 매곡동 집에 대한 매매계약이 체결돼 채무를 모두 갚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31일 기준으로는 문 대통령 부부의 채무가 존재했지만 최근 이를 모두 변제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자비용도 당연히 지급을 했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이자율 등 이자 지급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고 11억원을 빌려준 이에 대해서도 “이해관계가 없는 분”이라고만 했다. 청와대는 매곡동 집 매도가가 얼마인지 정확한 액수를 밝히진 않았지만 2009년 문 대통령이 이 집을 9억원에 매입했기 때문에 올해 이 집을 팔아 11억원을 변제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 부부가 ‘사인 간 거래’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대가성이나 이해충돌 관련 의혹을 살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재혁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간사는 “공직자가 재산형성과정에서 빌린 채무의 이자는 대가성 여부와 관련 있다. 누구한테 빌려서 어떻게 갚았는지를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과정에서 따져봐야 한다”며 “‘사인 간 거래’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내역을 밝히지 않고 넘어가는 문제는 이해충돌을 해소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올해 재산 총액은 21억9098만원으로 지난해보다 1억1400만원이 증가했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이 임기 동안 받은 수입과 지출을 공개했다. 수입은 19억8200만원이었고 3억3500만원을 세금으로 납부해 세후 총 소득은 16억4700만원이었다. 생활비 등으로 13억4500만원을 사용해 남은 돈은 3억200만원이라고 설명했다. 아들 준용 씨와 딸 다혜씨 재산에 대해서는 독립생계 유지를 이유로 고지를 거부했다.
청와대 참모진 중에서는 남영숙 경제보좌관 재산이 75억74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남 보좌관 재산은 독립생계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모님 재산(23억4000만원)이 이번에 포함됐고, 집을 새로 매수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사고판 집이 모두 포함돼 21억원이 더 과다하게 계산된 것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남 경제보좌관을 제외하고는 김한규 정무비서관이 54억5600만원으로 가장 많은 재산을 신고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이기도 한 김 비서관은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22억3300만원)를 비롯해 예금 30억2천00만원 등을 신고했다. 그 다음으로는 서훈 국가안보실장(47억8000만원),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38억5200만원), 이호승 정책실장(37억7100만원) 등의 순이었다.
지난해 부동산 집값 상승으로 재산이 늘었다고 신고한 참모들도 눈에 띄었다. 이호승 정책실장의 경우 분당 아파트 값이 3억2000만원 오른 37억7100만원을 신고했고, 이진석 국정상황실장은 서울 서초구 아파트 값이 1억3500만원 올라 22억4300만원, 이정도 총무비서관은 서울 서초구 아파트값이 2억원 올라 23억1100만원이라고 신고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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