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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국민의힘 투쟁 선봉에 선 ‘58명 초선들’…필리버스터 최장 기록 깰까

등록 2020-12-11 18:39수정 2020-12-11 19:18

정치BAR_장나래의 국회TMI
국민의힘 전주혜, 이주환 의원 등 초선 의원들이 1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제한 토론에 초선의원 전원이 참가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전주혜, 이주환 의원 등 초선 의원들이 1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제한 토론에 초선의원 전원이 참가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저희 국민의힘 초선의원 58명은 오늘부터 전원 철야 필리버스터에 돌입합니다. 언제 끝낼지 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원내투쟁 전면에 나섰습니다. 국민의힘 초선들은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권위주의 독재시절보다 못한 이 상황을, 중세 암흑시대보다도 못한 이 현실을 저희는 참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지금 저희는 힘이 없습니다. 지금,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저항인 필리버스터를 통해 이토록 처절하게 국민들께 부르짖고 있습니다”라고 호소하며 58명 전원 철야 필리버스터 돌입을 선언했습니다.

초선 58명이 4시간씩만 해도 열흘이 소요되고, 8시간씩 하면 연말까지 충분히 필리버스터를 이어갈 수 있다는 계산인데요. 더불어민주당이 맞불을 놓으면 기간은 더 늘어나는 데다, 이후 재선이나 중진 등이 합류할 가능성까지 열어두면서 12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내년 1월8일까지 필리버스터 정국이 계속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배준영 대변인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에서 “103명 모든 의원들이 전부 필리버스터를 한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새해 벽두까지의 장기전을 예고하고 나서면서, 역대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을 세울지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그간의 최장 기록은 지난 2016년 2월23일부터 3월2일까지 8일동안 이어진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였습니다. 당시에 38명의 의원이 발언해 192시간 25분동안 진행됐는데, 이번에 초선 58명이 4시간씩만 발언해도 이 기록을 경신할 수 있는 거죠.

비장한 각오를 밝힌 초선 의원들은 이번 필리버스터를 ‘청와대 앞 릴레이 시위 시즌2’라고 설명했는데요. 이들은 지난달 말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주도하며 대여 투쟁 전면에 선 바 있습니다. 이영 의원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생과 문제시되는 법안 등 다양한 콘텐츠로 초선들의 생각을 국민께 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국가정보원법과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지만, 부동산과 경제, 민생 정책 등으로 국민적 관심을 끌어오겠다는 구상입니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11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11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를 요청하지 않겠다는 여당의 태도 변화에 난처한 입장이던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초선들의 선언으로 역공에 성공했다는 분위기입니다. 가장 강하게 반대했던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정기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3시간밖에 하지 못하는 등 국민적 관심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초선들의 가세로 다시 대여투쟁의 동력이 생긴 건데요. 민주당으로서는 필리버스터가 길어질 경우 어떤 법안도 통과시킬 수 없어 종결 시점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데, 이때 다시 강제 종료 카드를 들고 나서면 야당의 반대 토론권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역공’할 수도 있습니다. 원내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갈 데까지 가자고 선언한 마당에 초선들이 또다시 자발적으로 나서주니 고마운 마음이다. 이제 민주당은 다시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하겠다고 번복하기도 어려운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고 말했습니다.

초선들이 필리버스터 장기화 국면을 이끌 경우, 국민의힘이 국회 밖에서 태극기 세력과 손을 잡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는 당내 평가도 나옵니다. 한 초선 의원은 <한겨레>에 “주호영 원내대표가 ‘문재인 정권 폭정 종식을 위한 정당·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에 나가 얘기를 듣고 온 것만으로도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 극우와 손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컸었다. 공수처법 통과 이후에 전략이 없었기 때문에 나왔던 얘기인데 필리버스터 정국이 장기화하면 자연스럽게 그 목소리도 사라질 것이라고 본다”고 했습니다.

여당에 끌려다니기만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제1야당의 대여 투쟁에 초선들이 활기를 넣은 건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초선이라서 받는 관심만큼, 얼마나 ‘신선한’ 메시지를 낼지가 관건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국민의힘 비대위 관계자는 “단상에 올라가서 ‘아녀자’ 발언이나 하게 되면 ‘초선도 다를 바 없구나’가 될 것이다. 초선다운 메시지로 얼마나 차별화하는지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짚었습니다. 국정원법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선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이 지구상 어디에도 밤거리를 ‘아녀자’가 마음대로 활보할 수 있는 나라가 별로 없다” “문 대통령이 잘생기고 감성적이어서 지지했던 여성들이 요즘은 고개를 돌린다”는 등의 발언으로 여성 의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

출구전략이 없는 초선들의 대여 투쟁에 보다 치밀한 원내지도부의 대여 투쟁 전략이 더해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 중진 의원은 “청와대 릴레이 시위도 초선답게 출구전략 없이 시작돼 갑자기 끝난 측면이 있다. 원내지도부 차원의 큰 그림의 전략과 초선의 패기가 함께 가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국민의힘 초선들은 당 내부의 기대에 부응하는 ‘초선의 힘’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까요. 새해 벽두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12월 임시국회를 끝까지 잘 지켜봐야겠습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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