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북한군의 어업지도원 총격 사망 사건’에 관한 현안질의에 앞서 관계자로부터 북한 노동당 중앙위 명의의 통지문에 관한 보고를 받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여야는 25일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군과 청와대의 대응 문제를 놓고 격한 공방을 벌였다. 야당은 북한의 사과 통지문 내용을 청와대가 발표한 뒤에도 “‘대단히 미안하다’라는 단 두마디 이외에는 그 어디에서도 진정한 사과의 의미를 느낄 수 없는 통지문”(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이라며 강경 기조를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제안한 국회 차원의 대북 규탄 결의안에 대해서는 “국무총리, 국방장관 등에게 진상을 확인하는 긴급현안질문의 결과가 담겨야 한다”며 회의 개최를 요구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북한의 우리 국민 사살·화형 만행 진상조사 티에프(TF)’ 첫 회의를 열어 피살된 공무원의 형을 면담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25일 오전 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들과의 회동에서 “문 대통령은 21일부터 3일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분·초 단위로 설명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반면 여당은 어업지도원이 북쪽에서 발견된 때로부터 피살되기까지 6시간 동안 군 당국의 실시간 대응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엄호했다.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우리 정부가 발표한 게 실시간으로 확인된 것이 아닐 것”이라고 말한 뒤 이인영 통일부 장관에게 “그때그때 입수한 첩보를 정리해보니 이 시간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나중에 정리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이 장관은 “실시간으로 첩보를 접수했다기보다 들어온 첩보를 정리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까지 국회 차원의 대북 규탄 결의안을 추진하는 등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했으나, 이날 오후 2시 북한의 사과 통지문이 발표된 뒤로 기류가 다소 달라졌다. 홍정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비무장 민간인 사살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면서도 “(청와대가 요구한 사과에 대한) 즉각적인 답변과 김정은 위원장의 직접 사과는 이전과는 다른 경우여서 주목한다”고 밝혔다.
한편,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오후 개최된 정보위원회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번 사건의 전개 과정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개입한 정황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장은 간담회에서 “유엔사 정전위를 통해 우리가 보낸 통지문을 북한이 받는 것을 보고 최소한 김 위원장에게 보고되지 않고 서해교전처럼 현지 사령관 등 간부 지시로 움직이지 않았나 판단한다. 감청 정보에서도 그런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환봉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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