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가정보원장(오른쪽)이 3일 국정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상균 1차장과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북한이 서해에서 발생한 어업지도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시에 따라 경위 조사를 벌인 정황이 우리 정보당국에 포착됐다. 또 내년 1월 열릴 북한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위상이 김정일·김일성에 버금가는 ‘대원수’급으로 격상되고, 친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도 현재보다 높은 직책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3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비공개 국정감사에서 국정원이 보고한 내용을 전하며 이렇게 밝혔다. 하 의원은 “첩보상으로는 (북한의) 시신 수색 관련 정황이 있다”며 “김정은 지시에 따라 사건 경위 조사 지시가 있었다”고 전했다. 정보당국은 공무원 피살 사건 뒤 우리 군이 감청 등을 통해 북한군 정보를 취합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북한이 통신망을 차단하고 은어 체계를 바꾸는 등 통신 보안을 강화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하 의원은 “내년 1월 8차 당대회 때 김여정이 (현재) 정치국 후보위원인데, 당 직책이 더 격상, 더 올라갈 것으로 (국정원은) 예상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은 지금 ‘원수’인데 ‘대원수’급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2년 ‘공화국 원수’에서 사후인 2012년에, 김일성 주석은 1953년 원수 칭호를 받은 데 이어 1992년에 ‘대원수’가 됐다. 민주당 간사인 김 의원은 “8차 당대회에서는 김정은의 위상을 강화하려는 권력구조 개편과 새로운 대내외 전략 요소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 체제의 중요 변곡점이 될 수 있어 (국정원이)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남·대미 분야를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여정 제1부부장은 외교·안보 분야 외에도 올해 당 창건 75주년 행사를 총괄하고, 최근에는 코로나19 방역과 수해 등 민생 현안까지 관장하는 등 국정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김 위원장의 통치 방식이 과거 ‘현장’ 중심에서 최근 ‘정책 지도’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정황도 보고됐다. 과거 직접 챙기던 현장 지도를 핵심 측근한테 맡기고 자신은 당 회의 등을 주관하며 정책 쪽에 더 신경을 쓴다는 얘기다. 하 의원은 “(김 위원장이) 올해 직접 주재한 회의가 17차례”라며 “(평년보다) 6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2012년 집권 뒤 몸무게가 늘었지만 건강에 이상은 없다고 한다.
북한의 코로나19 방역 상황도 보고됐다. ‘비상방역법’을 통해 방역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한 군 간부들을 군법에 따라 처벌하고, 최대 사형 선고까지 내릴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하 의원은 “올 2월 당 정치국 회의 문건에 ‘(코로나19) 유입 시 30만, 50만이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북에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물질적, 기술적 수단이 0이다’라는 말이 있었다고 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공포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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