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자가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과 전임의들은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 정부의 주요 보건의료 정책에 반발하며 무기한 집단휴진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많은 사람들을 선동으로 호도해 코로나 시국에 의사들의 파업을 밥그릇 투쟁이라고 매도하지만 나는 의사들의 파업이 옳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의료계 파업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민경욱 전 의원과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 보수 유튜버 등 주로 강경 보수층에서도 공개 지지 선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평소 파업의 ‘파’만 나와도 경기를 일으키던 강경 보수 정치인들이 파업을 공개 두둔하고 나선 것은 다소 이례적입니다. 이번 파업을 지지한 홍 의원은 지난달 ‘강성·귀족 노조 방지 3법’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법안에는 파업 중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사업장 점거를 금지할 뿐 아니라 파업 결정 시 직장을 폐쇄할 수 있게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사실상의 ‘파업 방지법’입니다.
그런데 이런 그가 의사 파업에 적극 찬성하면서 내놓은 발언들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합니다. 홍 의원은 “이제 의사도 능력도 안되는 3류들이 좌파 시민단체의 추천으로 되는 3류국가가 된다면 이 나라는 희망 없는 나라가 된다”고 했습니다. 정부가 ‘하나의 예시일 뿐’이라고 밝힌 공공의대의 ‘시민단체 추천전형’을 파업 지지의 이유로 들고 있는 것입니다. 홍 의원은 “의료인의 이번 투쟁은 좌파 적폐 척결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고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의사파업을 철저하게 ‘문재인 정부 반대투쟁’이라는 정략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민경욱 전 의원도 “자유시장경제 체제 아래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간섭하지 말라는 게 의사들의 단순한 요구”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인 ‘공공의대 설립’이나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언급조차 없습니다.
미래통합당의 입장은 모호합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31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정부의 입장 변화가 이번 의사집단 휴진 사태 해결의 핵심”이라면서도 의료계에도 동시에 “조속히 파업 중단하고 각자 자리로 복귀할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했습니다. ‘양비론’에 가까운 셈입니다. 문제는 “코로나 종식 이후 의료계 다수와 여·야·정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해 원점부터 재논의를 하자”고 말할 뿐, 의-정 갈등의 직접적 계기가 된 공공의대 설립이나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당의 입장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은 ‘탈진영’과 ‘중도 확장’을 시도하면서도 뿌리 깊은 ‘친 상류계급 정서’와 절연하지 못한 통합당의 한계가 이번 의사파업 국면에서 어정쩡한 양비론으로 표출되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의약분업 때부터 의료계를 대변해오던 통합당의 기존 정체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의사파업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 정서 때문에 의사들을 공개적으로 두둔하지는 못하면서도, 이번 파업을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다 보니 모호한 양비론만 내놓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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