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맨 왼쪽)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긴급 의원총회에서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거대 여당의 입법 속도전에 당황한 미래통합당이 다시 ‘장외투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외연 확대를 위해 ‘아스팔트 투쟁’ 대신 ‘정책 투쟁’을 펼치자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103석의 한계 앞에서 투쟁 방식의 다변화를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2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되면 자연적으로 원 밖에 야당이 생기는 것은 상식적인 것”이라며 “원내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이런 식으로 다수의 횡포를 통해 법안도 제대로 심의 안 한다면 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장내외 투쟁을 병행하되 장외투쟁의 방법들은 구체적으로 더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당은 개원협상 당시 합의 처리를 원칙으로 하지 않았나. 국민 여러분이 국회 상황을 똑바로 봐주시고 민주당의 폭거와 횡포를 저지해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통합당은 ‘버티기 전략’으로 부동산 관련 입법을 저지하겠다던 계획이 어긋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통합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국회 운영이 편파적이라며 박병석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장외투쟁을 하더라도 삭발·단식·대규모 집회 등 ‘과격한 방식’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중진의원과의 비공개 연석회의에서 “대중 속으로 들어가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 과거 방식은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중진들 사이에선 강경 투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거셌다고 한다. 5선인 정진석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원외 투쟁이냐 아니냐는 한가한 논쟁”이라며 “우리를 지지하는 국민과 시민세력 단체와 연대해야 한다. 거리에서 학교에서 이 권력의 사악함을 고발하고, 규탄해야 한다”고 썼다. 조해진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4년 임기에 집착할 이유가 뭐 있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투쟁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도 “야당은 투사가 필요하지 온화한 패셔니스트론 안 된다”고 말을 보탰다. 통합당은 국회 본회의가 예정된 30일 오전 의원총회를 다시 열고 구체적인 투쟁 방향을 논의하기로 했다.
통합당은 이날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오전 법제사법위원회 개의 전부터 국회 의안검색시스템에 ‘대안 반영 폐기’ 상태였다는 점을 지적하며 “법사위원장을 위시해 행정실, 전문위원실 등 관련자가 확인되는 대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과 법사위 쪽은 “행정 착오”라고 해명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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