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본회의 일정은 전임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정기국회 운영의 큰 틀로 합의했다. 30일과 12월1일, 8일까지 윤 원내대표 본인 이름으로 사인한 합의서가 있는데, 이제 와서 그걸 뒤집는 건 말이 안 된다.”(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30일과 12월1일 본회의는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인 12월2일 이전에 예산을 처리하기 위해 잠정적으로 날짜를 지정한 것이다. 그 취지를 고려하면, 예산안 합의가 없으면 본회의도 없다.”(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30일과 12월1일 연이틀 예정돼 있던 본회의 일정을 두고 23일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민주당이 이 기간에 처리하겠다고 예고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안이 갈등의 핵심이다. 탄핵안은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해, 이틀 연속 열리면 처리가 가능하다.
애초 23일은 본회의가 예정돼 있었으나, 전날 두 원내대표와 김진표 국회의장 회동에서 취소됐다. 안건이 본회의에 상정되려면 반드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거쳐야 하는데, 법사위원장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전날 법사위를 취소해 본회의에서 다룰 수 있는 법안 자체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회동 직후 최만영 국회의장 공보수석은 23일 본회의 취소 사실과 함께 “11월30일과 12월1일 본회의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공지했다. 국민의힘은 즉각 “예산안 처리 상황 등을 감안해야 한다”며 이틀 본회의에 합의한 바 없다고 반발했다. 의장실은 “정치 현안과 예산안 등의 처리를 위해 양 교섭단체가 계속 협의해나가기로 했다”고 공지를 수정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당 의원총회에서 “30일과 12월1일 본회의 개최가 예산안과 연계돼 있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진표 의장이 여야 간 예산안을 논의하라고 한 건, 가급적 법정시한인 12월2일까지 처리할 수 있도록 원내대표들이 노력하라는 주문”이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의힘이 본회의를 두고 예산안 합의를 운운하는 속마음은, 예산안 합의를 안 되게 해서 본회의를 무력화하고 (이동관 위원장 등의) 탄핵을 막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30일부터 이틀 본회의를 반드시 열어 이동관 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안을 반드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민주당은 예산안 처리를 잡아놓은 이 일정에 방통위원장과 검사 탄핵안을 처리하겠다는, 이 일정을 정쟁과 당리당략에 악용하겠다는 의도를 보인다”며 “일종의 막장정치”라고 비난했다. 또 “예산안건 처리에 대한 민주당의 분명한 국민 약속이 있어야만 본회의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의 탄핵안 철회·재발의 방침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 절차와 관련한 법적 대응에 집중하던 국민의힘이, 이번엔 예산안을 고리로 민주당을 ‘정쟁에만 몰두한다’고 몰아세우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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