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6월30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을 위한 의견표명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예수님만 길이요 진리요 생명입니다’ ‘예수님만 믿으면 천국에 갑니다’ 이 설교를 못 합니다.”(카카오톡 단체방)
“동성애를 반대하는 종교적 가르침은 처벌되며 윤리도덕이 파괴됩니다.”(차별금지법 반대단체 성명서)
6월29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 등 21대 국회의원 10명이 ‘차별금지법’을 발의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평등법’이라 이름 붙인 차별금지법 시안을 발표하며 입법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통과 가능성은 불투명합니다. <한국방송>(KBS)이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차별금지법 제정 입장을 물었더니 94명만 답을 줬고, 이 가운데 제정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69명뿐이었다고 합니다. 법안 통과까지 갈 길이 먼 셈입니다. 이렇듯 차별금지법은 겨우 한 걸음을 내디뎠을 뿐입니다. 하지만 법안을 둘러싼 오해는 백 리를 앞서가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일부 종교인들은 이 법이 시행될 경우 ‘동성애를 반대하거나 예수님을 믿자고 하면 잡혀간다’고 말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이 아닙니다. 차별금지법은 일상생활의 모든 영역에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장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보면 이 법이 적용되는 영역은 크게 네곳입니다. ‘고용’ ‘재화·용역 등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기관의 교육·직업훈련’ ‘행정서비스 등의 제공이나 이용’ 과정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트랜스젠더라고 물건을 안 팔거나, 결혼을 했다고 채용에서 제외하는 등의 상황에서만 법이 적용됩니다. 종교인의 설교는 아예 차별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친구들끼리의 대화나 집회에서 한 발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이 법으로 누군가를 체포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장 의원이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에는 형사처벌 조항이 딱 한군데 있습니다. 사용자나 임용권자, 교육기관의 장이 차별을 구제받기 위해 인권위 진정을 비롯한 각종 절차를 밟는다는 이유로 직원이나 교육생 등을 해고, 전보, 징계, 퇴학 등 불이익 조처를 했을 때만 처벌이 가능합니다. 벌칙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벼운 편입니다.
이처럼 차별금지법의 적용 대상은 한정되어 있고 처벌 강도 역시 약합니다. 그래서 법이 시행돼도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은 이 법이 ‘모든 차별을 반대한다’는 우리 사회의 합의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차별금지법은 누군가를 처벌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공존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만드는 법”이라고 했습니다.
홍 교수의 말대로 차별금지법은 누군가를 해치기 위한 법이 아닙니다. 내가 사는 지역에 감염병이 번졌다는 이유로 전염 가능성이 없는데도 차별받을 때, 나이가 들었거나 피부색이 다르거나 특정한 종교를 가졌다는 이유로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서비스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을 때 ‘그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더 나은 국가를 가질 수 있게 하는 법입니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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