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18일 광주 상무지구의 한 음식점에서 21대 총선 호남 지역 당선인들과 오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임기가 3개월도 남지 않았습니다. 177석 ‘슈퍼 여당’을 이끌 다음 선장을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오는 8월29일로 예정된 가운데 요즘 여의도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당권 도전 여부입니다. 대권 주자 1위를 달리는 이 전 총리가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느냐 마느냐에 따라서 전당대회의 경쟁구도 자체가 바뀔 수도 있고, 전당대회 규모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죠.
장고를 이어가고 있는 이 전 총리는 최근 잇따라 점심 자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18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려 광주를 찾은 이 전 총리는 광주·전남 지역 민주당 당선자들과 오찬을 함께했고요. 지난 15일에는 이 전 총리가 후원회장을 맡았던 민주당 초·재선 당선자 20여명과 오찬이 있었습니다. 여의도에서는 식사 약속도 정치적으로 해석되는데 이 전 총리의 잇따른 회동에 ‘광폭 행보’ ‘세력 규합’ 등의 의미를 붙이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18일 광주에서 있었던 오찬에는 광주·전남 당선자 18명 가운데 14명만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전당대회가 거론되진 않았다고 합니다. 이 전 총리도 오찬 뒤 기자들과 만나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전당대회 얘기나 특정인에 대해 얘기를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저도 안 꺼냈고 누구도 꺼낸 적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한 참석자는 “아무도 (전당대회) 얘기는 안 했지만 다들 출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죠. 앞서 15일 이 전 총리가 후원회장을 맡은 당선자들을 만났을 때는 당권 도전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는데, 참석자 대부분이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하고요.
당내에서는 이 전 총리를 둘러싸고 전당대회 ‘출마론’과 ‘불가론’이 팽팽합니다. 당내 일정, 당권 경쟁자들의 상황, 이 전 총리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 등 양쪽 모두 근거도 다양합니다.
우선 ‘불가론’의 가장 큰 근거는 ‘6개월짜리 당 대표’를 위해 무리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전 총리는 대표가 돼도 대선 출마를 위해 내년 3월9일 전에 사퇴해야 하거든요. 대권과 당권을 분리하기 위해 대선 출마 1년 전에 당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정해둔 당규 때문입니다. 이 경우 민주당은 내년 4월7일 재보궐선거를 대표 대행체제에서 치르고 곧장 전당대회까지 열어야 합니다. 이 전 총리의 ‘당 대표 스펙’을 위해 당이 너무 큰 혼란을 겪게 될 수 있습니다.
‘리더십에 상처만 난다’는 우려도 큽니다. 6개월은 이 전 총리가 당 대표로서 실력발휘를 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인데, 그동안 당에서 불거지는 모든 문제는 이 전 총리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테니까요. 한 중진 의원은 “이 전 총리는 가만히 1위를 지키면 대통령 자리가 알아서 올 건데 왜 괜히 험난한 길을 가야 하느냐”며 “대권 1위 굳히면 세력은 알아서 생긴다. 이럴 때 오히려 지역 돌면서 대선 준비하는 것이 낫다”고 ‘불가론’에 손을 들었습니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당 대표 시절 분당 사태로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은 바 있지요.
‘출마론’의 근거는 이 전 총리가 ‘문재인의 길’을 밟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내 세력이 별로 없다는 약점을 지닌 이 전 총리가 당 대표직을 맡아 의원과 대의원 등 세를 규합할 필요가 있다는 현실론이죠. 문 대통령은 당 대표 시절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적극적인 인재영입 등을 통해 당내 기반을 마련한 바 있습니다. 한 의원은 “지금은 대권 1위니까 마치 다들 힘이 되어줄 것 같지만, 힘이라는 것은 직접 당겨봐야 어디까지인지 알 수 있다”며 출마론을 거들었습니다.
“상처 날 것이 무서워 몸 사리다가 대권 주자 1위 자리를 놓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그동안 이 전 총리는 국무총리로서 대정부질문 등 준비된 자리에서만 자기를 드러냈는데 ‘정치인’으로서 돌파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지요. 나아가 코로나19 위기극복이 시급한 지금 앞으로의 6개월은 중요한 시기인 만큼 이 전 총리가 쓸모를 보여줘야 한다는 ‘기대론’도 있습니다. 이 전 총리는 국무총리에 이어 당에서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을 맡아오면서 업무를 연속성 있게 살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기대는 ‘불가론’을 말하는 이들도 인정하는 바입니다.
이 전 총리의 결단은 머지 않아 보입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자꾸 유불리를 따지는 것은 마뜩잖다”며 “너무 오래 끌지 않고 빨리 결정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전 총리는 장고 끝에 어떤 수를 두게 될까요?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