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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저소득층 마스크 예산’ 전액 깎자고 한 게 어느 당이었나요?

등록 2020-02-04 20:43수정 2020-02-05 14:34

정치BAR_이지혜의 지혜로운 국회생활

작년 추경때 “총선용 이벤트”라며
미세먼지 대책 예산 삭감하고
올해 예산 심사 때도 전액삭감 주장

코로나로 예산·물량 부족하자
뒤늦게 “4+1협의체 탓” 대여 공세
그래픽_김지야
그래픽_김지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대응해 정부가 저소득층한테 마스크를 보급하고 있지만 예산과 물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마스크가 일회용이라 소진 속도가 무척 빠르기 때문인데요. 자유한국당은 “마스크 부족은 지난해 말 취약계층 마스크 지원 예산을 114억원이나 삭감한 ‘4+1 협의체’ 탓”이라며 대여 공세를 펴고 있습니다. 어찌 된 일일까요? 2020년 예산안에서 미세먼지 대책의 하나로 편성된 ‘저소득층 마스크 보급 예산’이 심사를 거쳐 114억8800만원이 삭감된 건 사실입니다. 보건복지부가 ‘대량 구매하면 단가를 20%가량 절감할 수 있다’고 보고했기 때문이죠. 마스크 보급은 근본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진데다, 한국당이 “미세먼지 마스크의 효과와 관련해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전액 삭감’을 주장하고 나선 터라 정부가 먼저 중재안을 낸 겁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저소득층 마스크 예산을 심사한 지난해 11월7일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이 예산은 마스크조차 사기 어려운 취약계층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단시간 내에 공기 질 개선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취약계층 246만명을 위한 마스크 보급 예산은 460억원으로 편성됐습니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책 TF 회의'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책 TF 회의'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은 ‘4+1 협의체의 밀실 날치기 예산의 후유증’으로 몰아갑니다. 당시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강행에 반대하며 예산 심사를 거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예산과 관련한 모든 책임은 4+1 협의체에 있다는 논리입니다. 민경욱 한국당 의원은 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4+1 협의체는 마스크 예산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우리에게 알려준 적이 없다. (우리가 몰랐기 때문에) 마스크 예산을 살릴 가능성조차 사라진 것”이라고 했습니다. 예산 심사에서 한국당이 참여했다면 마스크 예산을 더 늘렸을 거라는 뜻이죠. 하지만 이날 예산심사장에는 한국당의 김승희·유재중 의원이 재석해 있었습니다. 이들은 복지부에 대량 구매로 절감할 수 있는 예산액과 지원 대상자 규모에 대해 질문한 뒤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한국당이 심사에 참여했더라면 마스크 예산을 늘렸을 것’이라는 주장도 억지에 가까워 보입니다. 지난해 추경안 심사 때도 한국당은 ‘총선용 이벤트’라며 미세먼지 마스크 예산을 삭감한 전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애초 정부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계층 234만명,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 19만명에게 미세먼지 마스크를 보급하기 위해 추경 예산 323억원을 배정했습니다. 하지만 한국당의 요구로 129억원을 깎아 194억원만 최종 예산으로 확정됐습니다. 결국 저소득층 1명당 30장을 보급하려던 정부 계획은 18장만 주는 것으로 축소됐습니다. 한국당이 마스크 부족을 ‘4+1 협의체 탓’으로 돌리는 것은 적반하장에 가까운 셈입니다.

민주당 예산결산특별위 간사였던 전해철 의원은 “예결위에서 한국당이 마스크 예산을 다 깎자는 걸 우리가 방어해서 상임위 의견대로 확정한 것”이라며 “국회 속기록을 보면 정확히 나오는데, 근거 있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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