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해 12월27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찬열 교육위원장이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의 처리와 관련해 `신속처리 대상 안건\'(패스트트랙) 의사를 밝히자 회의장에서 퇴장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오는 29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열어 여야 이견이 없는 법안부터 처리하기로 25일 합의했다. 국회법 개정안과 ‘데이터 3법’ 등이 주요 처리 대상으로 꼽히고 있지만, 29일 본회의에서 가장 주목받는 법안은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이 될 전망이다. 유치원 3법은 그동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에 올라 정해진 기간을 모두 채웠고, 29일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문제는 자유한국당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요구를 반영한 ‘시설사용료 지급’ 주장을 하고 나선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한국당과 협상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당의 요구가 반영된 수정안이 채택된다면 애초 유치원 3법의 입법 취지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유치원 개혁을 요구해왔던 학부모들의 강한 반발도 예상된다.
이날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이날 오전 문희상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유치원 3법의 29일 자동 상정과 관련해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고 한다. 다만 3당 원내대표는 유치원 3법의 수정안을 만들기 위해 막판 물밑 교섭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관계자는 “각 당이 수정안을 만들려고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다. 수정안이 만들어지면 수정안을 우선 표결하고 원안을 부결시키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의 사립유치원 비리 폭로를 계기로 논의된 유치원 3법은 유치원들이 국가 회계관리 시스템인 에듀파인을 의무 사용하고, 지원금을 유용하면 처벌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하지만 이번에 한국당이 요구하고 나선 ‘시설사용료 지급’이 포함되면 유치원의 공공성을 강화하려는 입법 취지가 무력화될 수 있다. 한국당이 민주당에 공식적으로 요구한 용어는 ‘교육환경개선 분담금’이었지만, 이는 시설사용료라는 용어를 바꾼 것에 불과하다.
한유총은 그동안 ‘시설사용료를 교육 목적 비용에 포함해 매월 지출비용으로 회계 처리를 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설립자 투자분을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유치원은 학교’라는 기본 정의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다. 많은 사립 초·중·고등학교 설립자들 역시 토지와 건물에 투자했지만, 시설사용료를 받지 않는다. 더구나 이미 사립유치원은 원장의 급여를 뺀 모든 수입에 대한 사업소득세뿐 아니라 유치원을 신설할 때 땅과 건물에 대한 취득세를 비롯해 재산세도 최소 85% 이상 면제받는다.
민주당은 협상 진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일단 선을 그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교육환경 개선금을 넣어달라는 (한국당의) 요구가 있었다. 하지만 교육환경 개선금의 정확한 내용을 몰라 만나서 얘기를 들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막판에 유치원 3법 수정안 협상에 나선 것은 향후 예정된 다른 패스트트랙 법안(검찰개혁·선거제 개혁 법안)이나 예산안 처리 등에 부담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9일 유치원 3법을 원안대로 밀어붙이면 정국이 또 경색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한편 민주당은 검찰개혁과 선거제 개혁 관련 패스트트랙 법안의 처리 시한을 다음달 17일로 제시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12월17일부터 내년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므로 그때까지는 사법개혁 법안과 함께 선거법이 반드시 처리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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