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조국 사퇴'등이 적힌 손팻말을 붙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이 한창 진행되던 26일 오후 4시30분께 국회 본회의장의 분위기는 일순간 험악해졌습니다. 자유한국당 소속 이주영 부의장이 더불어민주당의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긴급 의원총회를 열겠다며 정회를 해달라는 한국당의 요청을 ‘일방적으로’ 수용한 탓이었습니다.
이주영 부의장 : 정회 요청에 대한 협의가 어떻게 됐는지, 어떻게 됐습니까? 협의가? 협의가, 어떻게 됐어요. 안 됐어? 각 당 의견 다 들어본 거야? 네. 회의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서 한 30분 정회했다가 5시에 회의를 속개하겠습니다. 정회를 선포합니다.
차분히 대정부질문을 지켜보던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단상 앞까지 나와 언성을 높이며 거칠게 항의했습니다. 본회의장에 있던 민주당 의원들은 저마다 고성을 질렀습니다. 민주당의 반발은 곽상도 한국당 의원이 조국 법무부 장관을 “피의자 조국”이라고 불렀을 때보다 한층 더 강했습니다. 이 부의장은 민주당의 문제 제기를 외면한 채 아수라장이 된 본회의장을 빠져나가 유유히 한국당 의원총회장으로 향했습니다. 결국 30분 뒤인 오후 5시께 문희상 국회의장이 본회의장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대정부질문은 속개될 수 있었습니다.
민주당 원내대표단은 ‘분노’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의원총회를 위해 본회의를 정회시키는 행태는 “국회 본회의가 소속 정당의 의원총회만도 못하다는 뜻”이라고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이날 대정부질문 직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인영 원내대표는 “오늘부로 이주영 의원을 부의장이라고 부르지 않겠다. 다시는 (본회의) 사회를 보지 못하도록 막아버리겠다”고 맹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조 장관의 ‘압수수색 검사 통화 논란’이 새롭게 불거지면서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이번 이주영 부의장의 독단적인 정회 선언은 ‘사회권의 사유화’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합니다. 국회법은 “회의장이 소란하여 질서를 유지하기 곤란하다고 인정할 때”에만 의장·위원장에게 회의를 중지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27일 문 의장을 찾아간 민주당 원내대표단이 강조한 것도 국회의 ‘권위’와 ‘중립성’이었습니다. 다음은 이원욱 민주당 수석원내부대표가 문 의장에게 재발 방지를 촉구하며 했던 말입니다.
이원욱 민주당 수석원내부대표 : 이 문제가 제대로 바로 잡히지 않는다면, 문 의장님은 민주당 출신이니까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정회를 해달라, 전례가 있지 않으냐”고 요청하면 정회를 해주셔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습니다. 이번 일이 관행이 되면 사실 여당에 훨씬 유리합니다. 말하자면 정회 요구권이 교섭단체 대표에게 생기는 겁니다.
하나 더 말씀드리면 어제 회의 진행 과정에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정양석 한국당 수석원내부대표가 의장석까지 올라가서 이주영 부의장과 상의를 했습니다. 그것도 앞으로 허락하시겠습니까? 명확히 입장 밝혀주셔야 합니다. 안 그러면 당장 오늘부터 제가 의장님이 의사봉 잡고 계실 때 의장석에 올라가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한국당에서도 이번 이주영 부의장의 ‘정회 선언’은 놀랍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어차피 민주당에서 정회 협의를 안 받아 줄 거라 생각해서 ‘시늉’만 할 생각이었는데, 이 부의장이 그렇게 정회 요청을 받아줄 거라곤 생각 못 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국회는 본회의를 정회하기에 앞서 교섭단체 간 합의 절차를 거쳐왔는데 그 예외 없던 관행을 깬 것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이주영 부의장이 최근 삭발을 한 것이나 협의 룰을 깬 정회 선언이나 모두 충성 경쟁 때문”이라는 씁쓸한 목소리도 들립니다.
27일 오후 문희상 의장은 단호한 경고와 함께 둘째날 대정부질문의 막을 열었습니다. 문 의장은 개의 직후 “어제 본회의 정회는 있어서는 안 되는 매우 엄중한 사례를 남겼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대정부질문 기간 중 합의 없이 정회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며 “이 시간 이후부터 의장은 어제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유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문 의장은 부의장단에게 사회권을 넘기지 않고 4시간 이상 자리를 지키며 직접 사회를 봤습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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