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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보수·진보 시민사회, ‘연동형 비례제·의원 확대’ 뜻 모았다

등록 2018-12-19 17:12수정 2018-12-19 21:09

정치BAR_김규남의 스냅샷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 선거제도 개혁 토론
보수 단체·전문가들도 ‘의원정수 확대’ “거대 양당
기득권 유지로 합의될지 상당히 우려” 등 적극적
“선거연령을 18세이하로 낮춰야 한다” 합의도
지난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선거제도 개혁 방안 합의를 위한 시민사회 대토론회’에 참석한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지난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선거제도 개혁 방안 합의를 위한 시민사회 대토론회’에 참석한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여야 5당이 지난 15일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합의문에 서명하고 손학규 바른미래당,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단식 열흘째에 농성을 풀었지만, 합의문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각 정당이 합의내용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8일 선거제도 개혁을 주제로 국회에서 보수와 진보 시민단체들이 공동 주최한 의미있는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선진통일연합·한국선진화재단·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 등 300여개의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이 모인 ‘범시민사회단체연합’과 참여연대·경제정의실천연합·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500여개의 진보 성향 시민단체 연합체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함께 이 토론회를 주최했습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570여개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뭉친 정치개혁공동행동이 공동으로 후원했습니다. 정개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의원, 정개특위 간사단인 김종민(더불어민주당)·정유섭(자유한국당)·김성식(바른미래당) 의원, 정개특위 위원인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도 참석했습니다. 지난해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자문위원이었던 이갑산 범시민사회단체연합 대표는 이날 토론회의 의미에 대해 “극단의 좌파와 극단의 우파를 제외한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 시민사회가 함께 하는 자리”라며 “보수와 진보가 각자 서로 다른 얘기들을 털어놓고 공통점을 찾아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보수·진보 시민사회 ‘연동형 비례제 도입’과 ’의원정수 확대’ 동의

보수·진보 시민단체들은 그동안의 논의를 통해 합의된 내용을 이날 토론의 전제사항으로 제시했는데 그 내용들이 눈에 띕니다. 먼저 합의내용 원문을 보시죠.

1.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서는 의원정수를 확대할 수 있다.

-이 경우, 국회의원 1인에게 지출되는 비용의 절감, 특권의 축소 등이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비례대표 후보 선출은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2.선거연령을 18세 이하로 낮추어야 한다.

3.후보 선출에서 남녀간 동등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

4.선거제도 개혁 이후 헌법 개정 논의도 뒤따라야 한다.

주목되는 내용은 아직 정치권에서 합의하지 못한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 쟁점인 ‘연동형 비례제 도입’과 ‘의원정수 확대’에 대해 보수·진보 시민단체가 합의를 이뤘다는 점입니다. 선거제도 개편은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두 거대 양당 국회의원들 개개인의 이해관계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어 정치권에서 합의되기가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반면, 시민사회단체들은 그런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워서인지 보수와 진보 단체들 사이에서 핵심 쟁점에 대한 합의가 어렵지 않게 된 듯합니다. ‘선거연령 18세 인하 합의’ 부분도 눈에 띄는데, 보수·진보 시민사회의 이러한 합의가 정치권 합의를 촉진시킬 수 있기를 바랍니다.

■보수 전문가들도 ‘의원정수 확대’에 적극적

그동안 진보 쪽인 정치개혁공동행동이 민주평화당·정의당 등과 연동형 비례제 도입과 의원정수 360명 증원 등의 입장을 함께한 것은 잘 알려진 일입니다. 그래서 토론회에서는 보수 쪽 패널의 입장에 관심이 모아졌는데요, 이분들도 핵심 쟁점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강상호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지난해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

“문제는 국회 불신으로 의원수 증가에 반대하고, 정당 불신으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 의원수 증가에 반대하는 국민 정서다. 일부에서 국회예산 동결을 통해 국민을 설득하자는 주장이 있으나 너무 소극적이며 옹색하다. 오히려 OECD 국가의 인구대비 평균 의원 수 비교, 인구의 증가, 법안처리 수의 증가, 견제 대상인 행정부의 확대 등의 현실을 고려할 때 의원수 증원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지역·비례대표 공천방식의 개선안을 제시하면서 적극적으로 국민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국회 정개특위 자문위원)

“제대로 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되려면 지역구 숫자와 비례대표 의석수가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역구 의석의 감소 내지 의원정수의 확대를 위한 획기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김정수 자유교육연합 상임대표(지난해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의원정수는 다다익선이라고 생각한다. 의원정수 확대가 국민의 공감대를 확보해야 한다고 보는데 정치불신으로 정수확대를 국민들이 반대한다. (중략) 제가 지난 개헌특위 자문위원으로 있었지만 거대 양당이 협조를 잘 안 한다. 거대 양당의 기득권 유지 때문에 합의가 될지 상당히 우려된다.”

보수 쪽 패널도 연동형 비례제 도입의 관건인 의원정수 확대에 적극적입니다.

다만, 보수 쪽 전문가들은 연동형 비례제가 초래할 ‘다당제’가 지금의 ‘대통령 중심제’와는 잘 조응되지 않으니 선거제도가 개혁된 후에는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도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선거제도 개혁 방안, 개헌 놓고 여야 간사와 진보 패널 설전도

토론회에서는 진보 쪽 패널과 정개특위 여·야 간사 간 설전도 있었습니다. 정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이 먼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연동형 비례제가 최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거제도 개혁은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 자기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이 잘못됐다고 전제하고 논의가 전개되지 않길 바란다. 저는 개인적으로 권역별 비례제로 100% 뽑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한국에서도 중앙선관위가 1998년 이런 제안을 했었다. 지난 100년간 세계 선거제도 개혁 역사를 보면, 우리처럼 비례대표 몇 석 늘리는 식으로 선거법 개혁을 한 사례는 많지 않다.

이에 대해 서복경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은 이렇게 반박했습니다.

“연동형 비례제가 최선이라고 누구도 얘기하지 않는다. 저도 선거제도 공부한 지 20년이 넘었다. 그런데 우리가 지난 20여년 선거제도 개편 논의하면서 독일식 연동형 비례제 모델로 이르게 된 이유가 있다. 우리 동네 국회의원은 직접 뽑겠다는 게 우리나라 정권 수립 이후 지금까지 전통이었다. 이걸 훼손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비례성을 높이는 방법 중에서도 완전 비례제로 가지 못하고, 지역구 의원 선출제를 남겨놓은 상태에서 정당비례제를 하자는 합의가 지난 20년여간 만들어졌다고 본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논의에 논의를 거쳐서 지금 연동형 비례제로 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제부터 다시 논의를 시작하자는 건 아닌거 같다. 지금은 선택의 순간이라는 걸 분명히 말씀드린다.”

서복경 소장은 정개특위 자유한국당 간사인 정유섭 의원을 향해 “한국당이 지금 선거제도 개혁을 논의하면서 개헌을 연계하려 하는데, 최소한 그 얘기를 하려면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 동시 국민투표는 안 된다고 하면서 연내에 개헌투표를 추진한다고 했던 것에 대한 설명은 있어야 하지 않은가”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정유섭 의원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제가 답변 드릴 사항은 아닌 거 같다. 지난번에 대통령이 개헌안을 냈는데 대통령이 개헌안을 내면 국회에서 토론없이 표결만 한다. 그래서 우리는 대통령이 개헌을 방해하는 거라고 본 것이고 대통령이 개헌안을 내지 말고 민주당 개헌안을 내라고 요구한 거다. 우리당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선하겠다고 했고 그 안을 김성태 전 원내대표가 마련하려 했던 것이고 개헌특위가 마련돼야 거기에 안을 낼 것 아닌가. 우리가 (이번에) 원포인트 권력구조 개헌하자고 해서 합의가 됐고, (앞으로 다시) 개헌특위가 마련되면 거기에 안을 내겠다.”

여야 5당은 합의문에서 ‘선거제도 개혁 법안의 1월 임시국회 합의처리’와 ‘선 선거제도 개혁, 후 개헌 논의’를 약속했습니다. 시간이 한 달 남짓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 짧은 시간에 개헌 연계 논의로 낭비할 시간은 없어 보입니다. 약속대로 우선은 선거제도 개혁 법안 처리에 전력질주하고, 그 이후에 개헌 논의를 하는 것이 마땅해보입니다.

글·사진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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