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선거제 개혁 합의와 예산안 함께 처리해야”
“관철될 때까지 국회 로텐더홀에서 단식하겠다” 선언
소속 의원들 만류에도 단식 강행 결정
“선거제-예산안 연계 전략 실패” 지적도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7일 저녁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선거구제 개편 없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 합의에 항의하는 단식 농성을 시작하고 있다. 김미나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내년도 예산안 처리와 선거제도 개편에 동시 합의하자는 야 3당의 요구를 거부하고 예산안 처리에 합의하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이에 항의하며 단식농성을 하겠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겠다고 한 결정은 민주주의와 의회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양당이 예산안 처리를 하겠다는 것은 선거제도 개혁의 거부”라고 비판했다. 이어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 그래도 야당이 자기 의제를 관철하기 위한 수단이 예산안이었다. 정치적 의제와 예산안을 연계해 처리한 것은 단순한 관행이 아니다”라며 “(예산안 연계를 거부한) 민주당과 한국당이 언제 그렇게 협조했나. 오늘 우리는 거대 야당이 야합하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제 나이가 칠십이 넘었다. 제가 무슨 욕심을 갖겠나. 오늘 이 시각부터 단식에 들어가겠다. 양당은 예산안 처리 결의를 취소하고 선거제도 개혁에 나서라”며 “선거제와 예산안 처리가 함께 될 때까지 단식하고 그게 안 되면 의회 로텐더홀에서 제 목숨을 바치겠다”고 극단적인 표현까지 쓰며 반발했다.
김동철 의원도 “우리가 선거제도를 개편하려 했던 궁극적인 이유를 오늘 봤다. 오늘 우리는 국정농단 자유한국당과 손잡는, 자신들이 적폐정당이라고 말하는 한국당과 손잡는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서 민주당은 신 적폐정당”이라며 “민주당의 폭정농단, 민주당에 의한 새로운 국정농단이 시작됐다고 선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 대표의 단식 선언에 대해 의총에 참석한 일부 의원들은 우려를 나타냈다. 박주선 의원은 “대표께서 단식 농성 결정을 재고해주기 바란다. 대표의 극단적 행동은 당원의 전체 뜻을 모아 이뤄져야 한다”며 “예산안 처리 관련해 당력을 모아 힘 합쳐 결단 있게 나가야지 감성에 앞서 이성을 뒤로 하는 건 다시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후 비공개로 전환된 회의에서 의원들은 손 대표에게 단식을 말렸으나, 손 대표는 뜻을 꺾지 않았다. 손 대표는 의총 뒤 기자들에게 “김관영 원내대표와 함께 의논하고 단식 결정을 했어야 하지만 사전에 의논하면 다 말리지 않느냐”며 단식 강행 뜻을 밝혔다. 곧이어 저녁 7시 무렵부터 국회 본회의장 앞으로 자리를 잡고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단식 농성장에 김관영 원내대표 등 소속 의원들이 찾아와 손 대표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송경화 기자
이날 의총에서는 교섭단체인 바른미래당이 민주당, 한국당과 함께 감액 심사에 참여하고도 결과적으로 증액 심사에 참여하지 못한 데 대한 비판도 있었다. 지상욱 의원은 “민생정당을 표방하는 바른미래당이 국민 삶과 직결된 예산안을 선거제도와 연계해 투쟁하는 것에 처음부터 뜻을 같이하지 않았다. (예산안 연계 투쟁으로) 국민을 패싱했고, (증액심사에 참여하지 못해) 국회에서도 패싱당한 상황이다. 손 대표의 단식 결정에 재고를 요청드리고 이 상황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혜훈 의원도 “깜깜이 남북경협 예산 관련 제도 개선 요구가 관철됐고 공무원 증원을 막아내는 성과를 내고도 마지막에 패싱되는 상황인데 우리 노력이 국민에 전달되지 않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비공개 회의에서 “내일 본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최대한 예산안 협상을 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경미 김미나 기자 kmlee@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TV> 정치 논평 프로그램 | 더정치 146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