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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선거제도 개혁, 의원정수 확대는 ‘논외’인가요?

등록 2018-12-05 18:04수정 2018-12-06 11:05

정치BAR_김규남의 스냅샷

거대양당 의원정수 확대에 부정적 기류
김병준 “10% 줄이자”, 이해찬 “현재 범위”
독재때와 견줘도 378명돼야…‘연동형’에도 필요
15년전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의원정수 확대해야”
“국민여론 기댄 유지론은 연동형 하지말자는 것”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들이 3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최 ‘초월회’ 오찬 행사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이정미, 바른미래당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문 의장,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들이 3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최 ‘초월회’ 오찬 행사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이정미, 바른미래당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문 의장,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국회에서는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30년 만의 가장 큰 개혁이라는 평가를 받는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한창입니다. 논의는 ‘투트랙’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나는 입법권이 부여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심상정)이고 다른 하나는 여야 각 정당 내부에서의 논의입니다.

그런데 최근 ‘투트랙’ 모두에서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의원정수 확대와 관련해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선거제도 개혁의 열쇠를 쥐고 있는 거대 양당(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의원정수 확대에 반대하거나 부정적입니다.

김병준 “당내에서 10% 줄이자고”, 이해찬 “현재 범위에서”

지난 3일 문희상 국회의장-5당 대표의 정례 오찬모임인 ‘초월회’ 비공개 대화에서, 참석자들에 따르면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에서 의원정수를 줄이자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오늘도 내 사무실에 와서 정수 10%를 줄여야한다고 주장했다. 세비를 줄여도 반대”라고 말했습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9일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야 3당이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촉구한 데 대해 한국당도 원칙적으로 공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지만,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위해 불가피한 의원정수 확대에 대해 김 비대위원장이 당내 반대 분위기를 전한 것입니다. 지난해 김학용 한국당 의원이 의원정수를 현재 300명에서 200명으로 줄이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는데요 이와 궤를 같이하는 모양새입니다. 또 이 자리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의원정수를 늘리는 것은 안된다”며 “현재 범위 내에서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당대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의원정수 반대 입장의 근거로 ‘국민 여론’을 들었습니다. 이 대표는 당시 “국민들이 여론조사에서 50%이상 ‘의원정수를 늘려라’ 이렇게 나오면 논의의 폭이 넓어지지만, 여론조사에서 의원정수 늘리는 데 대해 거의 압도적으로 반대의견이 많을텐데 그런걸 뚫고서 정치란게 국민 의사 무시하고 어떻게 하겠냐”고 말했습니다.

지난 3일 정개특위에서 선거제도 개혁 논의를 촉발하기 위한 것이라며 제시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 방안’ 3가지 안에서도 2개는 ‘정수 유지’이고 1개만 ‘정수 확대’안인데 그것도 330명으로 늘리는 데 그치는 안입니다. 그동안 민주평화당·정의당과 시민사회에서 공감대를 이룬 360명 안보다 30석이나 부족한 것이죠.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주장하는 야 3당 중 바른미래당은 의원정수 확대에는 동의하지만 몇 석으로 늘려야한다는 것까지 제시하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제헌국회·독재정부 때와 견줘도 각각 538명·378명은 돼야”…‘연동형’ 위해서도 정수확대 필요

의원정수 확대를 반대하는 여론이 찬성하는 여론보다 더 우세한 건 사실이지만, 의원정수 확대의 필요성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 1인당 인구수는 17만명(인구 5100만명·국회의원수 300명)입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9만7천명과 견줘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대표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 강원택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가 지난달 정개특위 공청회에서 제시한 자료를 보면, ‘총인구 1919만명·국회의원수 200명’이었던 제헌국회(1948년) 때 국회의원 1명이 인구 9만5천명을 대표했는데, 이 때를 기준으로 현재 국회의원수를 환산하면 현재의 의원정수는 538명이 돼야합니다. 독재정권 때인 유신(1973년)과 5공화국(1981년) 때 국회의원 1명이 국민을 대표했던 수를 기준으로 봐도 현재 의원수가 각각 359명, 378명으로 크게 확대돼야합니다. 1987년 민주화시기와 견줘도 현재 의원수가 372명이 돼야합니다. 국제적 기준으로도, 우리나라 현대사를 기준으로 봐도 현재의 국회의원 300명 의석수는 매우 적어 확대가 필요한 상황인 것입니다.

또 지난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권고한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모두 공감을 표한 연동형 비례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도 의원정수 확대는 불가피합니다. 연동형 비례제는 정당득표율대로 각 정당에 먼저 의석을 배분하고, 정당들이 획득한 지역구 의석수가 모자라면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이라 충분한 수의 비례대표 의석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지역구 의석수를 고정하고 현재 47석인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면 전체 의석수가 확대됩니다. 전체 의석수를 늘리지 않는 상태에서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리려면 현재 253석인 지역구 의석수를 줄여야합니다. 하지만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는 것은 현역 지역구 의원들이 반대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뿐 아니라, 지역은 넓지만 인구는 적은 농어촌 지역에서 국회의원의 ‘지역대표성’을 더욱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게돼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15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의원정수 확대해야”

지난 2003년 12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치개혁 입법과 관련한 대국회 서신’을 통해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국회에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지역구도 타파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비례대표 의석수를 지역구의 50% 수준으로 대폭 확대해야 합니다.”

중앙선관위가 2015년 국회에 국회에 권고한 것처럼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를 2:1로 제안한 것입니다. 현재는 5.38(253석):1(47석)로 비례대표 의석수가 매우 적은 상황입니다.

“또한 권역별 비례대표 의석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지역구를 줄이는 것보다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현 상황에서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면 많은 농어촌 지역에서 2~4개의 자치행정구역이 하나의 선거구로 통폐합되어 ‘지역대표성’이 무너지게 됩니다. 의원 개개인의 이해관계를 떠나 국회의 대표성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갈수록 소외되어 가는 농어촌의 지역 대표성이 크게 약화되는 것은 옳은 선택이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에 대해 국민의 비판과 불신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의원 정수는 우리나라 인구수와 비교할 때 많은 수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국회의원 숫자가 아니라 국회의 질입니다. 국회의원 200여명의 소모적 정치공방에 발목 잡힌 국회보다, 국회의원 100여명이 늘어나더라도 그 국회가 더 생산적일 수 있다면 그 비용은 기꺼이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이해를 구하면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이미 15년 전에 나온 내용이지만 노 전 대통령의 제안은 2018년 현재에도 그대로 유효합니다. 15년이란 시차를 생각하면 의원정수 확대는 한국사회의 ‘해묵은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민여론 기댄 의원정수 유지 주장은 연동형 비례제하지 말자는 것”

국민 여론을 구실로 의원정수 확대에 반대하거나 소극적인 거대 양당에 대해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5일 통화에서 “국민이 바라는 건 국회의 변화이지, 의원 숫자를 고정시켜놓고 국회를 지금 그대로 놔두는 걸 원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며 “정수 확대 문제는 특권 폐지와 예산 동결 등 국회가 바뀐다면 국민들도 동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회가 선거제도 개혁과 국회개혁 방안을 함께 내놓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강원택 교수는 “가령 국회의원 100명을 늘리는 비용과 이들이 열심히 행정부를 감시해 예산 오류 1%만 잡아내도 조 단위인데, 어느 쪽이 더 국민에게 이익일지 생각해봐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거대 양당에 대해 “의원정수를 300석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연동형 비례제를 실시하려면 지역구 의석을 줄여야하는데 이는 현실성이 없다”며 “따라서 의원정수 확대에 부정적인 여론에 기대 의원정수를 유지하겠다는 것은 결국 연동형 비례제를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의원정수 확대는 앞서 살펴본바대로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서도 필요하고, 그와 별개로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30년만의 가장 큰 개혁인 선거제도 개혁 국면에서 반대 여론을 구실로 회피하기보다 필요한 일을 여론에 호소하고 반전을 만들어내는 지도자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요.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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