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이 지난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위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선거제도를 고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당과 의원(도시 지역구, 농촌 지역구, 비례대표 등)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선거제도 개편 합의가 쉽지 않다는 전망도 많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일 정개특위 수석전문위원이 특위 3차 회의에서 ‘선택 가능한 대안’이라며 4가지 선거제도 개편 유형을 의원들에게 보고했습니다. 이 4가지는 여야 정당들이 그간 거론했던 유형들이기도 해서 선거제도 개편 논의 방향을 가늠하는 데 좋은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선거제도 개편 방향에 대한 각 당의 당론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지금까지 제출된 관련 법안과 각 당의 발언 등을 통해 각 당이 4가지 유형 가운데 어디에 무게를 두는지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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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선거구제+연동형 비례대표제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지역구(253석)의 경우 최다득표자 1명만 뽑는 ‘소선거구제’ 방식이고, 비례대표 의석(47석)은 정당득표율대로 각 당에 배분하는 ‘비례대표제’입니다. 지역구 투표와 정당 투표가 서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해서 ‘병립형’ 제도라고 불립니다.
정개특위에서 첫번째 대안으로 소개된 ‘소선거구제+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득표율과 총의석 비율이 일치하도록 의석을 나누는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되, 지역구는 현재의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방식입니다. 그동안 가장 많이 논의됐고, 관련 법안도 가장 많이 제출된 안입니다. 국회에 발의된 연동형 비례제 도입 관련 공직선거법 개정안 5개(소병훈·김상희·박주민·박주현·심상정 안) 모두 소선구제 유지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연동형 비례제는 지역에서 뽑힌 지역구 의석수가 정당득표율로 배분한 정당별 의석수에 모자라면 이를 비례대표 의석으로 채워주는 방식인데, 이를 위해선 ‘5.38(지역구 의석) : 1(비례대표 의석)’로 현저히 낮은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늘려야 합니다.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한 종류인 ‘권역별 비례대표제’(비례대표를 권역별로 나눠 뽑는 것) 도입을 권고하면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비율을 ‘2:1’로 제안했습니다. 이 정도로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려면 두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300명인 의원정수를 고정하기 위해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고 그만큼 비례대표 의원수를 늘리는 것입니다. 당시 선관위는 지역구 의석수를 200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수를 100석으로 늘리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정개특위 회의에서 선관위는 의원들로부터 “지역구 의석을 200석으로 줄이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며 “‘2018년 버전’을 새로 가지고 오라”는 요구를 받았습니다. 실제 국회에서 선거법 개정을 통해 선거제도를 고칠 권한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지역구가 줄어드는 안에 찬성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다른 하나는 지역구 의석수를 고정하고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리는 것입니다. 현재 330석(문희상 국회의장), 353석(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360석(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의 제안이 나와 있고, 국회에 계류된 선거법 개정안에도 360석(심상정 정의당 의원안), 약 368석(박주민 민주당 의원안), 약 343석(김상희 민주당 의원안), 316석(박주현 바른미래당 의원안) 등 의원 정수 확대안이 들어 있습니다.
‘소선거구제+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민주당안에 가까운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민주당이 이 안을 당론으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과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도 2016년 총선에서 이 안을 공약한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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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농복합형 선거구제+연동형 비례대표제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되 지역구 선거는 ‘도농복합형 선거구제’로 하자는 안입니다. ‘도농복합형 선거구제’는 도시는 중선거구제(한 선거구에서 2~5명 선출), 농촌은 소선거구제로 뽑자는 것으로 ‘부분적 중선거구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위해선 의원정수 확대가 불가피한데, 그 확대 폭을 줄일 수 있는 제도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서울·수도권 등 도시 지역의 소선거구를 중선거구로 통폐합하면서 의원정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유한국당에서 이 안을 주장하는 의원이 많습니다. 한국당은 선거제도 변화 요구를 받아들이더라도 농촌지역 기득권을 지키려는 뜻에서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이 제도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안은 민주당이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갑과 을, 두개의 선거구가 있는 서울의 한 자치구의 경우 이 두개를 합쳐 중선거구로 만들고, 여기서 의원 2명을 뽑게 되면 다른 정당 후보와는 물론 민주당 후보들 안에서도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이긴 자신감과 민주당의 높은 지지율이 2020년 총선에서도 유지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에 소선거구제를 통한 지역구 선출 방식을 바꿀 필요가 없다는 판단으로 보입니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 3당은 지역구 선출방식에 대해 별도의 주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민심을 그대로 반영’하는 연동형 비례제가 도입된다면, 지역구 선출방식의 경우 타협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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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립형 유지+비례대표 확대 지역구는 소선거구제로, 비례대표는 정당득표율로 나누는 현재의 국회의원 선출방식(병립형)을 유지하면서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리자는 안입니다. 이 안은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지 않고 현행 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타협안’으로,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비례대표 의석을 크게 늘리는 것을 두고 여론을 설득해야 하는 문제와 함께 연동형 비례제와 견줘 ‘비례성’(정당득표율에 맞춰 의석이 실제 배분되는 비율)도 떨어집니다. 야 3당은 물론 이 정당들과 선거제도 개혁 논의를 해온 시민사회단체들도 전혀 ‘대안’으로 고려하지 않는 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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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립형 유지+중선거구제 이 제도는 현재처럼 유권자들이 지역구에 1표, 정당에 1표(비례대표)를 던지는 방식을 유지하되, 지역구 선출을 ‘중선거구제’로 전환하는 안입니다. 소선거구제가 가진 ‘지역 대표성’을 다소 포기하면서 의원정수 확대를 억제하고 어느 정도의 ‘비례성’을 확보하는 방식입니다.
최근 자유한국당 정개특위 위원들이 특위에서 이 안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정개특위 위원인 김학용 한국당 의원은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중대선거구제는 거대 정당과 인지도 높은 정치인에게 유리하고, 지역구가 넓어져 금권정치도 심해지는 등의 부작용으로 일본·대만에서도 실시하다 포기한 제도여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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