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박성민의 2017오디세이아
(12) 새누리당 권력투쟁 관전기(상)
(12) 새누리당 권력투쟁 관전기(상)
일러스트레이션 장광석
박근혜 대통령은 이길 수 있을까
명분도 없고, 세도 부족하고
여론 밀리고, 타이밍도 안 좋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 올 수 있다 새누리당의 위기, 보수의 위기는
‘2016년 체제’ 만들 절호의 기회
이념·계층·세대·지역에 기반 둔
다당제로의 경쟁체제 전환 위해
‘중선거구제’로 바꿔야 할 시점 ‘박근혜 시대’는 저물고 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김무성과 유승민을 갈라놓는 것이다. 김무성으로 하여금 유승민의 사퇴를 이끌어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런 뒤에 ‘새로운 당·청 관계’를 위해 청와대가 원하는 인물이나 아니면 적어도 청와대가 비토하지 않는 인물을 원내대표로 선출하는 것이다. 다만 그것으로 전쟁이 끝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결국은 ‘공천 싸움’이기 때문에 공천 지분을 넘기라고 요구할 텐데, ‘유승민을 버린’ 김무성 대표를 뒷받침해줄 우군이 그리 많지 않게 된다면 버티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전당대회가 다시 열린다면 분열된 비박보다는 똘똘 뭉친 친박의 승리 가능성도 높아진다. ‘안전한’ 대구로 내려간 김문수를 청와대가 내세운다면 승부는 어떻게 될까? 그런데 정말 유승민이 사퇴하지 않고 김무성 대표 체제도 붕괴시키지 못한다면 청와대와 친박이 준비하고 있는 ‘플랜B’는 뭘까? 대통령의 탈당? 아니면 분당? 물론 그런 시나리오도 가능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상식적으로는 분열에 의한 총선 패배가 될 것이고 대통령은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운 환경에 놓이게 될 것이다. 청와대가 전략적으로 움직인다면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 대안은 무엇인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동력은 무엇인가, 그리고 ‘플랜B’는 무엇인가를 충분히 검토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전략 시나리오를 검토하지 않고 박근혜 대통령의 힘만 믿고 우발적으로 시작된 내전(?)이라면 상황은 심각하다.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지금은 ‘박근혜 시대’가 저물고 있는 중이다. 국민적 지지가 예전만 못하다. 미래전략가인 조지 프리드먼 ‘스트랫포’ 회장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나 이라크,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세상 사람들은 모두 미국이 뭘 할 것이냐고 묻는다. 중국이나 러시아, 일본에 묻지 않는다. 모두들 미국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세계가 위기에 처할 때 세상 모든 나라의 사람들이 미국이 … 무언가 해야 한다고 당연히 요구하고 있지 않느냐. … 한국의 경우를 보자.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때 박근혜 대통령이 누구에게 얘기할 것 같은가. 바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해서 뭔가를 해달라는 얘기를 할 것이다. 그럴 때, 미국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 나라는 위기를 맞게 된다. 그러니 미국의 세기인 것이다.” 2004년 탄핵 정국에서 대표를 맡았을 때, 2011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을 때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박근혜의 시대였다. 모두가 박근혜를 찾았다. 대척점에 서 있던 당내 인사들도 선거 때는 어쩔 수 없이 박근혜를 찾았다. 지금은 사람들이 김무성도 찾고, 유승민도 찾는다. 여전히 박근혜 시대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예전 같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의 박근혜’를 유지했다면 지금도 유일한 ‘슈퍼파워’로 존재했을 것이다. 해가 뜨기 때문에 어둠이 물러가는 것이지, 어둠이 물러가서 해가 뜨는 것이 아니다. 봄이 오기 때문에 겨울이 물러가는 것이지, 겨울이 물러가서 봄이 오는 것이 아니다. 그게 세상의 이치다. 대통령은 오고 가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현재 권력이 미래 권력을 흔쾌하게 맞은 적은 없다. 긴장과 갈등 속에서 씁쓸하고 쓸쓸하게 권력은 넘어가는 것이다.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청와대의 ‘플랜A’는 실패했다. 그럼 현실적인 ‘플랜B’는 뭐가 될까? 유승민의 명예로운 퇴진! 거부한다면? 명예롭게(?) 퇴진한다! 개혁성을 버리고 총선 승리 가능할까? 김무성 대표 체제 붕괴와 전당대회! 청와대와 친박의 승산은? 설사 이긴다고 해도 당이 두 쪽이 날 것이다. 대통령의 탈당! 총선 승리 가능할까? 대통령의 탈당과 신당 창당! 확실한 총선 패배. 이제 와서 없었던 일처럼 덮는다! 가능할까?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깨끗하게 갈라서는 것이다. 결혼 생활이 파탄에 이르렀다면 합의 이혼하는 것이 최선이다. 어차피 철학과 가치가 다르다는 것이 확인됐고, 서로를 배신자로 부를 정도로 신뢰가 깨졌다면 더 이상 당을 같이할 수는 없다. 이런 상태에서 박근혜와 유승민이 함께 당을 할 수가 있는가. 분열은 분명히 대통령의 위기, 새누리당의 위기, 보수의 위기가 맞지만 ‘합의된 분당’은 대통령과 보수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선거법 바꿔 2016년 체제를 지금이야말로 쿠데타와 혁명을 동시에 폐기 처분하고 ‘평화적 정권교체’를 가능하게 했던 ‘1987년 체제’를 뛰어넘는 ‘2016년 체제’를 만들 절호의 기회다.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과제는 ‘갈등 관리’다. 지금의 양당제는 장점은 사라지고 단점만 남았다. 이제 다당제로 전환할 때다. ‘구보수’와 ‘신보수’, ‘구진보’와 ‘신진보’가 가치와 철학에 바탕을 둔 정책을 갖고 경쟁하는 것이 좋다. 이념, 계층, 지역, 세대를 대표하는 정치 세력이 모두 국회로 들어와 ‘자기의 목소리’를 갖지 못하는 국민이 없게 만들어야 한다. 1990년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지역연합체를 깨고 이념과 계층, 혹은 세대와 지역에 기반을 둔 여러 정당이 경쟁하는 체제로 전환할 때다. 선거 제도를 중선거구제(한 선거구에서 3~5명을 뽑는 것이 좋다.)로 바꾸는 것이다. 그래야 진보 정당도 경쟁할 수 있고, 청년 당도 나올 수 있다. 비례대표를 없애고 모든 정치인이 지역에서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결과를 위한 연대’가 아닌 ‘결과에 의한 연대’를 위해 ‘대선결선투표제’도 도입하는 것이 좋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지금과 같이 퇴행적인 싸움을 하는 것은 오로지 공천 때문이다. 소선거구제는 정치를 전쟁으로 만든다. 이제 바꿀 때가 됐다. 그렇게 된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당도 과반수를 얻기는 힘들겠지만 다른 당을 끌어들여 오히려 국정을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고 많은 성과를 남길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국회선진화법’은 없애도 된다. 헌법을 바꿔 1987년 체제를 만들었듯 이제는 선거법을 바꿔 2016년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여야 모두 그만 싸우고 지금이 웃으며 헤어질 때다. 혁신은 창조적 파괴다.
박성민 정치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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