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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그쪽은 일당 얼마 받았소?”- “중간서 누가 챙긴거 아냐?”

등록 2007-08-08 08:38수정 2007-08-08 12:41

지난 6일 경남 창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합동연설회에서 네 명의 후보들이 함께 입장하며 각각 손을 치켜들자 청중들이 박수치고 있다. 각 후보 진영이 합동 연설회에 청중들을 동원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창원/김종수 기자 <A href="mailto:jongsoo@hani.co.kr">jongsoo@hani.co.kr</A>
지난 6일 경남 창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합동연설회에서 네 명의 후보들이 함께 입장하며 각각 손을 치켜들자 청중들이 박수치고 있다. 각 후보 진영이 합동 연설회에 청중들을 동원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창원/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한나라 합동 연설회 현장 르포
관광버스 타고 온 사람들 “교통비는?” 질문에 답 흐려
행사장 밖 전화통화 남성 “다 동원된 사람들이지 뭐…”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경남 합동연설회가 열린 지난 6일 창원 실내체육관.

한여름의 태양볕으로 이미 달아오른 체육관은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를 외치는 지지자들의 연호와 함성으로 열기가 한껏 고조됐다. 지지자들은 후텁지근한 날씨탓에 연신 땀방울을 훔쳐내면서도 행사 두 시간 전부터 체육관 주변으로 꾸역꾸역 모여들였다.

연설회장 입구에서 이리저리 인파에 밀리던 60대 노인 4명은, 의령에서 두 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이곳까지 왔다고 말했다. “텔레비전으로만 보던 박근혜 후보를 직접 보고 싶어 먼길을 달려왔지만 출입증이 없어 못들어가고 있다”며 기자에게 출입표를 구해달라고 부탁했다. 남해에서 동네 사람들과 함께 관광버스 두대에 나눠타고 이곳에 왔다는 60대 초반의 남성은 “아직 지지후보를 정하지 못해 연설회를 보고 결정하려고 왔다”며 “교통비랑 식사비도 각자 2만원씩 내고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발적 참여가 아닌, 동원과 이를 위한 각종 편의제공 흔적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하동, 진주, 남해 등지에서 온 관광버스 10여대는 체육관 주변에 사람들을 한꺼번에 와그르 부려놓았다.

[한나라 연설회 르포] ‘관광지도 아닌데 관광버스가 즐비’

[%%TAGSTORY1%%]

이명박 후보 쪽 관중석에 앉아 있는 20대 중반의 남성은 “진주에서 관광버스 4대로 200여명이 함께 왔다”며 “시의원도 함께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당원도 선거인단도 아니다”고 밝힌 그는 교통비를 누가 냈느냐는 질문에 답을 흐렸다.

박근혜 후보 쪽 관중석에 앉아 응원가를 부르며 분위기를 돋우던 한 여학생에게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이냐”고 묻자 우물쭈물하며 “아니다. 자원봉사자다”라고 답했다. “캠프 자원봉사자냐”라고 다시 물으니 “모른다”고 피했다. 곧 인솔자로 보이는 남학생이 여학생한테 “대답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지난 5일 열린 광주 연설회장 주변에서는 이런 모습이 훨씬 많이 목격됐다. 창원에서 일행과 함께 관광버스를 타고 왔다는 60대 여성은 “전쟁 중에 부모 모두 학살을 당했다”며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돼야 한을 풀 수 있다”고 말했다. 일행으로 보이는 한명이 그의 호주머니에 식권으로 보이는 종이를 급히 찔러 주었고, “무엇이냐”고 물으니 당황하며 ‘명함’이라 답했다. 하지만 그는 끝내 ‘명함’을 보여주지 않았다.

일당을 받고 연설회장에 온 듯한 모습도 보였다. 지지 후보의 연설이 끝나자마자 자리를 뜬 100여명의 군중 사이에 50대 후반 남성 세 명이 주위를 둘러보며 “그쪽은 일당으로 얼마나 받았소? 000후보는 10만원쯤 준다던데, 못해도 1000만원쯤 들었을 거여”라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다른 남성이 “난 그 돈 못 만졌어. 혹시 중간에서 000가 다 챙긴거 아니여”라고 되받았다. 이들에게 ‘일당’ 얘기를 물어보자 “난 모른다”는 말만 반복하며 급히 자리를 떴다.

광주 합동연설회가 끝난 뒤 행사장 밖에서 일행을 기다리던 40대 후반의 남성은 휴대전화 통화를 하면서 “마찬가지로 다 동원된 사람들이지 뭐… 난 6명 했어… 응”이라고 속삭였다. 깔끔한 정장 차림의 또 다른 40대 남성은 주위를 둘러싼 10여명에게 고속버스터미널 부근 ㅅ식당으로 모이라며 약도와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있었다. 이들을 따라가 본 ㅅ식당은 한끼에 3~4만원 하는 고급 한정식 집이었고, 연설회장 주변에 있던 10여명은 30여분 뒤 그곳에 모여 식사를 했다. 이들이 들어간 뒤 내실 문은 굳게 닫혀 얘기 한마디 새나오지 않았고, 누가 밥값을 지불했는지도 확인하질 못했다. 단지 이들은 한결같이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이냐, 선거법이 엄해 돈 받으면 받은 사람도 처벌받는다”며 금품제공 여부를 묻는 질문에 손사레를 쳤다.창원 광주/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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