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경선후보 진영의 박희태 선대위원장(가운데)과 선대위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대책회의를 열고, 이후보의 처남인 김재정씨에게 고소·고발 취소를 요청할 것인지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이명박쪽 고소 취소 둘러싼 혼선 안팎
“김재정씨 명예회복 의지 워낙 강경”
이후보 결백 강조 노림수 해석도
“김재정씨 명예회복 의지 워낙 강경”
이후보 결백 강조 노림수 해석도
“우리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 당혹스럽다!”
김재정씨가 11일 자형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의 권유를 즉각 따르지 않고 “고소를 취소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캠프 사람들이 보인 반응이다. 애초 김씨는 이명박 후보 캠프가 권유하면 자연스레 고소를 취소할 것으로 관측됐으나, 김씨가 오히려 더 강경한 태도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이런 혼선을 두고 ‘캠프 운영상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평가와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냐’는 두 극단의 해석이 나온다. 오랜 세월 숱한 부동산 거래 등을 통해 밀접한 관계를 맺어 온 이 후보와 처남 김씨가, 대선 정국에서 검찰 수사 문제를 놓고 서로 의견이 다른 것처럼 보이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시선이 당내엔 많은 게 사실이다.
캠프 쪽의 설명은, “김씨 본인의 명예회복 의지가 워낙 강경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장광근 대변인은 “김씨 쪽은 최근의 의혹 제기로 사업의 밑바닥까지 흔들리는 상황에 대해 불만이 매우 크다”며 “고소가 자신들의 명예를 지킬 유일한 보호막인데 이마저 무장해제하란 말이냐며 캠프의 권유를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한다”고 전했다.
김씨 쪽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저의 재산의 단 1%도 이명박 후보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무고함을 강조했다.
검찰을 바라보는 인식 차이도 혼란상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고소 취소 권유를 앞장서 주장한 박희태 선대위원장 등 캠프 내 원로 그룹은 “이 사건도 결국은 경선(8월19일)까지 김대업식 수사가 될 게 뻔하다”고 보는 반면, 김씨 쪽은 “현재의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통해 제 명예를 회복해 줄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이 후보가 당의 고소 취소 요구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로 ‘명분’을 건지고, 고소 당사자인 김씨 쪽은 이를 거부하며 ‘결백’을 강조하려는 ‘짜고 치기’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씨 쪽이 10일까지만 해도 “캠프에서 (취소) 방침을 정한다면 (이 후보와 김재정씨가) 인척 관계인데 거스르기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가 갑자기 초강경 태도를 보이는 게 선뜻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가 강경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김씨 및 이 후보의 무고함을 거듭 강조할 수 있고, ‘김씨와 이 후보는 한몸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을 희석시킬 수 있다. 또 당 안팎의 무차별적 검증 공세에 일부 방어막을 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중 플레이’라는 시선에 캠프 좌장격인 이재오 최고위원은 “고소를 할 때부터 김씨와 우리는 상의하지 않았다. 짜고 치는 각본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발끈했다.
진실이 어느 쪽이든, 이 후보 캠프가 좌충우돌하는 모습으로 비친 점은 그 자체로 캠프의 위기 대처 능력의 문제점을 노출한 셈이 됐다. 중대한 문제에 사전 조율도 제대로 못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 쪽은 박 후보 쪽의 사과와 당의 적절한 조처를 고소 취소의 조건으로 달았다. 캠프 쪽에서도 “상황을 지켜보자”고 말하고 있다. 당 안팎의 사정을 봐가며 김씨가 결국 고소를 취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당내에 여전히 많은 이유다. 일부에선 “이명박 후보 본인이 처남 김씨에게 고소 취소를 권한다면 결국 김씨가 받아들일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박근혜 한나라당 경선후보 진영의 최경환 상황실장(오른쪽)이 11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 쪽의 고소·고발 취소와 상관없이 이 전 시장의 직접 해명을 촉구하고 있다. 왼쪽은 홍사덕 선대위원장.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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