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놔둔채 혼란만 부추겨
김씨 ‘재발방지책’ 단서 달아…내일 검찰 출석
차명의혹 비껴가며 ‘퇴로’ 수순밟기 가능성
김씨 ‘재발방지책’ 단서 달아…내일 검찰 출석
차명의혹 비껴가며 ‘퇴로’ 수순밟기 가능성
이명박 한나라당 경선후보 캠프가 11일 이 후보 처남인 김재정씨에게 차명재산 의혹 등을 둘러싼 고소를 취소하라고 권유했지만, 정작 김씨는 “고소를 취소하지 않겠다”고 밝혀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김씨는 그러나 “당에서 (명예훼손을 방지할 수 있는)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주면 …”이라는 단서를 달아, 앞으로 소 취소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런 혼선에 대해, 이명박 후보 진영이 소 취소를 둘러싼 모양새를 따지면서 정작 논란의 핵심인 차명재산 여부의 진실을 밝히는 문제에선 비껴 가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후보 캠프의 박희태 선대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선대위원장단 회의 뒤 기자회견을 열어 “고소인(김재정씨와 ㈜다스) 쪽에 고소를 취소할 것을 권유하기로 결정했다”며 “캠프 선대위도 당내에 있는 기구이기 때문에 당명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씨는 이날 성명을 내고 “피고소인들이 자신들의 잘못된 행위에 대하여 반성하고 응분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검찰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 저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고소를 취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또 “검찰 요청으로 13일 검찰에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김씨 대리인인 김용철 변호사가 전했다.
김씨의 반응에 이명박 후보는 “사전에 (김씨 쪽) 얘기도 안 들어보고 일방적으로 (캠프가 권유)한 것이냐. 정치권에서 기업하는 사람들이 기업을 잘하게 놔둬야지 자꾸 억울하게 만드니까 짜증을 내고 그런다”고 말했다.
김씨가 일단 ‘고소 취소’를 거부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한나라당 내에서는 김씨가 끝까지 고소를 취소하지 않고 버티리라 보는 시각은 그리 많지 않다. 김씨의 거부 몸짓은 나름의 명분을 챙기면서 소를 거두려는 일종의 수순밟기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이 후보 캠프는 애초 고소 취소 권유와 함께 서울 도곡동 땅 거래 등 김씨의 부동산 관련 자금 흐름 자료를 언론에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모든 사항은 검증위에 맡겨 달라”는 안강민 당 검증위원장의 요구를 받아들여 자료를 내놓지 않았다. 박희태 선대위원장은 “도곡동 땅을 매각하고 받은 263억원이 2007년 7월 현재까지 어떻게 흐름이 이어졌는지를 전부 다 파악한 결과 단 한 푼도 이 후보와 관련되는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사권도 없는 당 검증위에서 도곡동 땅의 차명 의혹을 제대로 밝히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한편, 이 후보와 관련한 고소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최재경)는 이날 “9일 개인정보 접속자료 제출을 요청한 공공기관 네곳 가운데 행정자치부가 일부 자료의 제출을 거부했다”며 “해당 자료를 확보할 적절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행자부는 “지난 9일 검찰에 이명박씨 가족 주민등록 등·초본 발급 기록을 해당 시·군·구의 동의를 받아 제출했지만, 부동산 관련 자료는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황준범 김지은 기자 jayb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