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송영길 전 대표가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들과 만난 19일,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더민초)은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날마다 새로운 녹취가 공개되며 파문이 커지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20일 의원총회를 열어 송영길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요청하기로 했다. 당분간 귀국 의사가 없어 보이던 송 전 대표의 귀국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한다.
‘결자해지’의 책임이 있는 송 전 대표는 프랑스 파리에 머물면서 자신은 이번 의혹과 무관하다고만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와 송 전 대표 측근인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통화 녹음 파일을 보면 그렇게만 보이지 않는다. “영길이 형한테 물어보고, 뭐 막판에 스피치 낼 때 한번씩 더 해가지고” “영길이 형이 어디서 구했는지 내용은 모르고, 많이 처리를 했더라고”라는 대화로 미뤄 송 전 대표의 관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강 감사에 대해선 ‘자금 조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검찰에 압수된 녹음 파일이 3만개나 된다고 하니 무슨 내용이 더 나올지 알 수 없다. 국민들은 이어지는 ‘돈봉투’ 사건 관련 녹취 파일에 연일 깜짝깜짝 놀라고 있다.
송 전 대표는 19일(현지시각) 자신을 찾아온 기자들에게 귀국 여부를 언급하지 않은 채 답을 피했다. 집권여당 대표를 지낸 정치인으로서 최소한의 책임 의식이 있다면 사태 발생 직후에 진작 귀국 일정을 밝히는 등의 조처를 취했어야 했다. 지금까지 보여준 송 전 대표의 모습은 무책임하기 그지없었다. 더 이상 정치를 할 생각이 없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였다.
그사이 민주당 내부는 위기의식이 확산되면서 들끓고 있다. 당내 최대 의원 모임, 초선·중진, 당 출신 원로 가릴 것 없이 관련자들에 대한 출당, 자진 탈당 권고 등 강한 조처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번 의혹으로 인해 “당의 도덕성과 정체성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송갑석 최고위원)는 우려가 큰 것이다. 송 전 대표가 당대표 시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터지자 의혹을 받은 의원 12명에게 탈당을 권유한 사례까지 소환됐다. 선제적인 최고 수위 징계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당내의 강경-온건 반응을 ‘비명’ ‘친명’으로 나눠 바라본다면, 민주당은 더 이상 미래가 없다. 또 이 ‘돈봉투’ 사건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내년 총선은 물론이고 당의 미래도 없다. 할 수 있는 최대치의 노력을 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