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까지 지난 19일 구속되면서, 민주당 안에서 당혹감이 감돌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윤석열 정권의 야당 탄압’이라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 대표 취임 석달 만에 다가온 ‘사법 리스크’에 불안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표는 법원이 정 실장의 영장을 발부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검무죄 무검유죄다. 저의 정치적 동지 한 명이 또 구속됐다”며 “포연이 걷히면 실상이 드러난다. 조작의 칼날을 아무리 휘둘러도 진실은 침몰하지 않음을 믿는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이어 “제 유일한 걱정은 이재명 죽이기와 야당파괴에 혈안인 정권이 민생을 내팽개치고 있다는 것”이라며 “당과 민주세력에 대한 검찰 독재 칼춤을 막아내고, 민생을 지키는 야당의 역할에 더욱 충실하겠다”고 덧붙였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20일 기자들과 만나 “(정 실장이) 검찰이 주장하는 것 처럼 일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라는 게 제 확신이다”라며 “법정에서 밝혀지겠지만 검찰이 무도하게, 진술에만 의존해 처리하는 방식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한다”라고 말했다. 한 비명계 재선 의원은 “검찰이 최소한의 형평상을 잃고 칼날을 민주당에게만 휘두르고 있지 않나”라며 “이재명 대표가 직접 연관된 물증이 나오기 전까지는 민주당이 일치된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최측근 두 명이 잇달아 구속되면서 당내에는 불안감이 늘고 있다. 특히 법원이 검찰의 구속 수사 필요성에 손을 들어주면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정 실장 구속 영장이 발부되기 몇 시간 전인 지난 18일 밤 박찬대 최고위원과 김의겸 대변인은 정 실장 쪽 변호인단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정 실장의 결백을 주장했다. 당 안에서 이 대표 측근 수사와 당이 적정한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지만, 결국 당 차원에서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다가 머쓱해진 셈이다.
당 안에서는 지금이라도 당이 이 사건에 매몰되어선 안 된다는 말이 나온다. 이상민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정진상 실장의 사법적 의혹은 개인의 영역에서 생긴 문제이기 때문에 개인이 법률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향후에라도 당이 여기에 깊게 관여하거나 당 지도부가 전혀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것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비명계 초선 의원도 “서로 범죄 혐의를 다투는 상황에서 정진상 실장의 주장은 모두 맞고, 유동규·남욱 등의 주장은 모두 틀리다고 확신할 근거가 있느냐”며 “당 차원의 진상조사라도 벌이지 않는 이상 당이 일방의 주장과 한몸이 될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비명계 다선 의원은 “평범한 의원이라고 해도 보좌관이 2명이나 구속되면 결백만을 주장할 수 없다. 최소한 물의를 일으킨 점에 유감을 표시하거나 사과하는 게 당연하다”라고 꼬집었다. 정 실장을 ‘정치적 동지’라며 두둔해온 이재명 대표의 처신이 당을 위기로 끌고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이 대표가 ‘승부수’를 던지고 결백을 입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계파색이 옅은 당 한 관계자는 “윤석열 정권과 전쟁 중이라 드러내고 말하진 못하지만,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재명 대표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 당당히 수사를 받는 게 당을 위해서도, 스스로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말이 오간다”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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