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이 30일 외교부 청사 기자실을 방문해 자신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박진 외교부 장관이 19년 전 야당 대변인 시절, 김두관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 뒤 노무현 대통령에게 “김 장관을 즉각 해임하라”고 촉구한 발언이 회자되고 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 장관 해임건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9일 페이스북에 “오늘 국회에서 박진 국무위원(외교부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됐다”, “20년만에 돌려드렸다”고 적었다. 2003년 박 장관이 한나라당 대변인으로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이었던 본인의 해임건의안 처리에 앞장선 점을 꼬집으며 해임건의안 수용을 촉구한 것이다.
김 의원은 “19년 전, 한나라당은 단독으로 김두관 행자부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가결 처리했다”며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이었던 박진 의원이 해임안 통과 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승리”라고 논평했다고 적었다. 이어 김 의원은 “당시 저의 해임은 누가 봐도 부당하고 정치적인 것이었습니다만, 저나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의 요구를 받아들였다”며 “박진 장관께 그대로 돌려드리면서 인간적인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이것 또한 정치”라고 덧붙였다. 당시 한나라당은 김두관 행자부 장관이 한총련의 미군 장갑차 점거시위를 막지 못해 대미관계를 훼손했다는 이유 등을 들어 해임건의안을 단독 처리했다. 해임건의안 가결 뒤 박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노 대통령은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김 장관을 즉각 해임해야 마땅하다”고 논평했다. “다수당의 횡포”라는 김 장관의 반발엔 “헌정질서와 민의를 외면한 오만방자한 발언”이라고 질타했다. 한나라당의 해임 촉구 주장에 김 장관은 결국 자진 사퇴했다.
한나라당이 2003년 9월3일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단독 처리한 뒤 박진 한나라당 대변인의 논평을 담은 2003년 9월3일 <세계일보> 보도.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도 30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19년 전쯤에 박진 장관께서 당시 대변인으로서 김두관 장관 해임 건의를 통과시켰던 전력이 있다. 누구보다도 국회가 해임 건의안을 하게 된 경위와 그 마음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 박진 장관 스스로가 가장 잘 아실 것”이라며 박 장관 사퇴를 촉구했다. 하지만 박 장관은 이날 사퇴할 뜻이 없음을 거듭 밝혔다. 박 장관은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어쩌다 정치가 이런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착잡한 심경”이라며 “국익 외교를 위해 모든 노력과 열정을 바칠 것”이라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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