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왼쪽 둘째)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준석 대표에게 비단주머니를 받고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두고 윤석열 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이준석 대표가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윤 후보가 경선 캠프를 이끌던 4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자신의 비서실장으로 임명하며 기존 인력을 중심으로 선대위 구성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자, 김 전 위원장은 “선대위 구성을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일침을 날렸다. 김 전 위원장이 등판할 때까지 양쪽의 기싸움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후보는 8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의원, 당 사무처 관계자, 과거 비대위원장, 원로 고문님들 고견 다 들어서 (선대위를) 당과 함께 구성할 생각이다. 대선은 당이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회의 뒤엔 4선 중진인 권성동 의원을 후보 비서실장으로 선임했다. 윤 후보의 선대위 첫 인사였다. 권 의원은 경선 캠프에서 선대본부장 격인 종합지원본부장을 맡아 실질적인 캠프 실무를 총괄한 윤 후보의 핵심 측근이다. 김 전 위원장이 ‘캠프 해체 수준의 선대위 재구성’을 요구한 상황에서 캠프의 핵심인사를 후보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것이다. 윤 후보는 이날 <조선일보> 인터뷰에서도 “선거를 어떤 사람 혼자서 주도할 수는 없고 캠페인 매니저는 여러 사람이 있어야 한다”며 “특정 세력이 캠페인을 독점적으로 주도하려는 생각은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이 전권을 쥐는 ‘원톱 선대위’ 구상에 부정적인 기류가 읽힌다.
김 전 위원장은 거듭 선대위를 전면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며 윤 후보를 거듭 압박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신동아>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윤 후보가 경선에서 일반여론조사를 보면 11%포인트 가까이 차이로 졌다. 그게 뭘 의미하는지 깨닫고 앞으로 본선을 위해 어떤 형태의 선대위 구성을 해가야 할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또 윤 후보 캠프 인사들을 ‘파리떼’로 표현했던 그는 이날은 ‘자리 사냥꾼’이라며 정리를 요구했다. 김 전 위원장은 “캠프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있다. 자리사냥꾼”이라며 “그런 사람들을 제대로 잘 선별 못 하면 후보 당선에도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당선이 된다 해도 많은 문제 야기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의 힘겨루기가 팽팽한 가운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조정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위원장은 승리를 위해 항상 여러가지 복잡한 선결 조건들을 많이 제시하는 경향이 있다. 윤 후보는 경선캠프 과정 중 어쨌든 승리한 캠프이고 공이 있는 분들을 배제하거나 이런 경우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두 가지가 충돌되는 게 아닌 만큼 조율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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