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일 오후 호텔인터불고 대구에서 열린 제2기 영남일보 지방자치 아카데미 입학식에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원톱 체제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가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 측근 위주의 매머드급 경선 선대위를 매끄럽게 김종인 스타일의 대선 선대위로 개편하고, 김 위원장과 ‘앙숙’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단일화하는 일이 과제로 꼽힌다. 하지만 윤 후보가 ‘캠프 핵심인사들 2선 후퇴론’에 선을 그으면서 마찰도 예상된다.
이준석 대표는 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전날 윤 후보와 만나 김 전 위원장 원톱 체제에 공감대를 이뤘다”며 “대선기획단 없이 이달 중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선대위를 출범시킬 생각”이라며 “김 전 위원장은 오는 20일 전후 선대위 출범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전 위원장은 스타일대로 정책과 메시지, 인선 등 모든 분야에서 전권을 쥔 선대위를 요구할 것 같다.
김 전 위원장은 전·현직 의원만 60여명에 이르는 등 300여명에 이르는 윤석열 캠프를 해체하고 전면 재구성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중진 의원들을 제외하고 실무형으로 다시 꾸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9월 김 전 위원장은 “파리 떼에 둘러싸여 5개월 동안 헤맨 것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현주소”라며 캠프 인사들에게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이에 이 대표는 6일 <제이티비시>(JTBC) 인터뷰에서 “윤 후보가 냉정해질 시점이 오지 않았나”라며 “저희가 하이에나와 파리 떼를 언급한 시점부터 윤 후보 캠프에 더 많은 사람이 참여했다. 전·현직 당대표(김종인·이준석)가 어느 지점에 우려를 가졌는지 잘 전달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의 조건을 받아들이라고 압박한 셈이다. 하지만 윤 후보는 이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기존 (캠프) 멤버들보다 더 진영을 넓히고 다른 후보 캠프 분들도 영입하고 우리 당 전체가 하나가 돼 큰 선거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며 “캠프에 있는 사람들을 내보낸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전면 물갈이를 구상하고 있는 김 전 위원장과 의견이 충돌할 수 있는 대목이다.
통상 대선 후보는 당무 우선권을 가지며 강력한 권한을 부여받지만 ‘정치 신인’인 윤 후보로서는 본선 승리를 위해 김 전 위원장의 정치적 책략이 필요하다. 윤 후보 역시 본선에서 김 전 위원장의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한 만큼 선대위 구성에 협조해야 한다. 선대위 전면 개편을 요구하는 김 전 위원장과 캠프 핵심인사들을 안고 가려는 윤 후보와의 갈등이 커지면 선대위 구성이 진통을 겪을 수 있다. 결국 국민의힘 대선 선대위는 ‘윤석열-김종인-이준석’ 3인의 타협과 협상의 산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 전 위원장이 이끌게 되는 선대위는 안철수 후보와 야권 후보 단일화도 숙제다. 과거 김 전 위원장이 안 후보를 향해 “감이 안 된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할 만큼, 김 전 위원장과 안 후보의 사이가 원만하지 못하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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