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로 선출된 심상정 의원(왼쪽)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이정미 전 대표와 함께 손 들어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12일 정의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진보정당의 ‘간판스타’ 심상정 후보가 네번째 대선 도전에 나선다. 6석의 국회 의석수를 가진 소수 정당으로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 속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가 그의 앞에 놓여 있다. 거대 양당이 치열하게 경합할수록 거세질 수밖에 없는 단일화 압박을 헤쳐 나가는 동시에, 정의당만의 핵심 의제를 길어 올려 수권정당으로서의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심상정 후보는 25년 간의 노동운동에 이어 2004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탄탄한 의제 장악력을 바탕으로 여론을 주도하며 인지도를 높여온 그는 지역구에서 ‘자력’으로 4선 중진의원의 입지를 다진 유일한 진보정당 정치인이다.
2017년 촛불대선에선 본선을 심블리(심상정+러블리) 별명을 얻으며 6.17%(201만7458표)의 득표율로 진보정당 역사상 최다 득표를 기록했다. 다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조국 사태’와 선거법 개혁 좌초 등을 거치며 정의당의 입지는 크게 좁아진 상태다. 지난해 총선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둔데 이어 올 초 터진 김종철 당대표의 성폭력 사건은 정의당의 존립을 위태롭게 만들었다.
답보 상태에 빠진 지지율로 인해 활력이 떨어진 정의당은 본선에서 양당 대선후보가 엎치락뒤치락 할수록 집권을 위한 선거공학적 단일화 압박이 거세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12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박빙 승부가 펼쳐졌던 18대 대선에서 그는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을 한 뒤 중도 사퇴했다. 그러나 심 후보는 이날 수락연설에서 “국민의힘은 파시즘 길목을 어슬렁거리는 극우 포퓰리즘이, 민주당은 가짜 진보로 넘쳐난다. 최선이 아닌 차악을 강요하는 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 대한민국을 과거에 묶어 두려는 정치퇴행과 단호히 맞서겠다”며 독자 완주 의사를 분명히 했다.
심 의원의 공약 가운데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신노동법 공약의 일부인 ‘주 4일제(주 32시간) 도입’이다. 그는 1호 공약인 신노동법을 발표하면서 “유럽연합은 1993년, 이미 30년 전에 주 35시간 지침을 정했고 주 4일제 또한 실험을 시작했다”며 “우리나라도 주4일 근무제로 과감히 전환하고 연차휴가도 25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신노동법 공약에는 비정규직에게 계약종료수당을 지급하도록 하는 ‘비정규직 평등수당’과 사회보험에서 배제되는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를 위한 ‘최소 노동시간(주 16시간 이상) 보장제’, 기업 임원들의 지나친 임금을 제한하는 ‘최고임금법’ 도입 등이 담겨 있다.
집값 폭등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분노한 부동산 민심 겨냥한 ‘부동산 투기공화국 해체’도 그의 핵심 공약이다. 개인의 토지 소유를 인정하되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토지 소유엔 높은 세금을 매기는 ‘토지초과이득세’를 도입하고 민간 부동산 개발 사업자의 폭리를 제한할 수 있도록 이익총액·투자액 대비 상한제를 두는 방식으로 개발이익 환수제도를 강화하는 게 골자다.
이밖에도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50% 감축하고 재생에너지를 전력 생산의 50%까지 끌어올리고, 석탄 화력발전 가동을 종료하는 기후위기 극복 정책 ‘구해줘 지구 5050 플랜’도 약속했다. 심 후보는 이날 후보 수락 연설에서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 최초의 기후투표가 돼야 한다”며 “바로 내일부터 녹색정치연대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쪼그라든 정의당 ‘존재감’ 확인시킬 수 있을까
비례 위성정당과 함께 출현한 거대양당 때문에 21대 국회에서 급속하게 쪼그라든 정의당의 존재감을 확인시키는 게 ‘대선 후보 심상정’의 당면 과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진영 대결 속에서 단일화 압박을 뚫고 완주해 정의당의 목소리를 온전히 낼 수 있을지 관심사다. 전문가들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고발 사주 의혹’ 등 기존 정당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커지는 상황이 정의당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심 후보가 거대 양당과는 다른 정의당 만의 의제를 설득력 있게 제시해 대안정당으로서의 존재감을 국민들에게 각인시켜야 한다는 주문이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이념적 접근보단 기후위기, 불평등, 젠더 등의 의제를 설득력 있게 시민들의 눈높이와 실생활에 맞춰 정책 실천력을 높이는 실사구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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