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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자력으로 ‘4선 중진’으로 입지 다진, 심상정은 누구

등록 2021-10-12 18:56수정 2021-10-12 20:19

‘심상정 이후의 정의당’ 기대 커
심상정 정의당 의원.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심상정 정의당 의원.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한국 진보정치의 ‘역사’를 써 온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12일 정의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심상정 너머’를 외치던 경쟁 주자들을 제치고 네번째 대선 도전에 나서는 것이다.

25년 간의 노동운동가 활동에 이어 2004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그는 탄탄한 의제 장악력을 바탕으로 여론을 주도하며 인지도를 높여왔다. 진보정당 정치인 가운데 지역구에서 ‘자력’으로 4선 중진의원의 입지를 다진 이는 심 의원이 유일하다.

2017년 19대 대선에서 심 의원은 6.17%(201만7458표)를 득표하는 기염을 토했다. 다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조국 사태’와 선거법 개혁 좌초 등을 거치며 정의당의 입지는 크게 좁아진 상태다. 지난해 총선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6석)을 거둔데 이어 올 초 터진 김종철 당대표의 성폭력 사건은 정의당의 존립을 위태롭게 만들었다. “밤이 깊을 수록 별은 빛난다”는 그의 좌우명처럼 심 의원은 쉽지않은 이번 대선에서 새로운 공간을 열어낼 수 있을까.

서울대 사범대학 사회교육학과 재학 시절
서울대 사범대학 사회교육학과 재학 시절

‘철의 여인’에서 ‘심블리’로

서울대 사회교육학과 3학년 때 ‘김혜란’이라는 이름으로 공장에 위장 취업한 그는 이후 25년 동안 노동운동가의 길을 걸었다. 1985년 한국전쟁 이후 최초의 정치 동맹파업인 ‘구로동맹파업’을 조직했고, 미싱사로 월급 8만원을 받던 그에게 현상금 500만원과 일계급 특진이라는 포상이 걸렸다. 그의 수배생활은 1993년 체포될 때까지 이어졌다. ‘우리나라 최장기 여성 수배자’라는 타이틀은 덤이었다. 1990년 수배 중에 현재 민주노총의 전신인 ‘전국노동조합협의회’ 창립에 참여했고, 2001년에는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를 탄생시켰다. 2003년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사무처장 당시 산별 중앙교섭을 통해 임금 삭감 없는 주5일 근무제를 국내 최초로 이끌어 내기도 했다.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도 함께 얻었다.

전국금속노조 사무처장 시절
전국금속노조 사무처장 시절

2004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들어간 심 후보는 첫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외환 파생상품 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방어하다 1조8천억원가량 손실을 본 사실을 밝히면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삼성그룹의 노조 와해 전략을 담은 문건을 세상에 공개해 81년간 지속된 삼성그룹 무노조 경영에 균열을 내기도 했다.

심상정 의원의 대선 도전은 이번이 네 번째다. 2007년 민주노동당 경선에선 권영길 후보에게 패배했고 2012년에는 ‘박근혜-문재인’ 박빙 구도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하며 중도사퇴했다. 2017년 촛불대선에선 본선을 심블리(심상정+러블리) 별명을 얻으며 6.17%의 득표율로 진보정당 역사상 최다 득표를 기록했다. 그 전에는 2007년 권영길 민노당 대선후보의 70여만표가 최대치였다.

하지만 진보정당의 숙원이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인준에 동의하면서 정의당과 심상정의 ‘부침’이 시작됐다. 또 ‘민심이 반영되는’ 선거법 개정에는 성공했지만, 거대 양당이 각각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최대 수혜를 기대했던 정의당은 최대 피해로 전락했다. 당내에서 당 대표였던 심 의원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지점이다. 지난해 20대 총선에서 정의당은 지역구 1석, 비례대표 5석 등 6석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총선 직후 소감을 밝히던 그는 “고단한 정의당의 길”을 언급하다 눈물을 쏟았다.

아들 이우균과 함께
아들 이우균과 함께

심상정 후보의 의정활동 모습
심상정 후보의 의정활동 모습

‘15년 심상정 불판’이냐, ‘34년 양당체제 불판’이냐

진보정치 1세대인 심 후보에겐 정의당의 정치적 전망을 열어주고 ‘포스트 노회찬·심상정’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는 정치적 역할이 주어졌다. 지난해 당 대표를 그만두며 “당내 권한은 영원히 행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유다. 그는 양당정치에 의지하지 않고 국민의 삶을 챙길 수 있는 미래 정치세력을 키우는 수단으로 정의당과 자신을 도구로 써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34년 묵은 낡은 양당체제 불판을 갈아야 한다’고 말했다. 2004년 총선 때 노회찬 당시 후보가 남긴 발언(“50년 묵은 정치 이젠 갈아엎어야 한다. 삼겹살 판을 갈아야 한다”)을 길어 올린 것이다. 단박에 양당체제를 뛰어넘기 어려운 만큼 적어도 3분 구도를 만들어 다른 정치세력과 책임 연정을 통해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심상정 후보의 의정활동 모습
심상정 후보의 의정활동 모습

그러나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15년의 심상정 불판부터 바꿔야 한다”며 젊은 세대·여성·비정규직 노동자·소수자 등을 대변할 새로운 리더십을 주문했다. 그에게 ‘심상정 이후의 정의당’을 준비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기대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수권 가능성도 정의당이 넘어야 할 벽이다. 2017년 대선 뒤 심 후보는 저서 <난 네 편이야>에서 “유세에 나서기 전 유세장이 텅 비면 어쩌나 내심 걱정이 됐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유세장 곳곳엔 절박하고 위로받고 싶고 희망을 찾고 싶은 시민들이 있었다. 그는 이번엔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에서 끝내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의 네번째 도전이 시작됐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심상정이 살아온 길

1959년 경기 파주 출생

1978∼1983년 서울대 사범대학 사회교육학과 입학, 졸업
1980~1981년 구로3공단 남성전기노동조합 교육부장
1983~1985년 구로1공단 대우어페럴 미싱사
1985~1986년 서울노동운동연합 중앙위원장
1990~1995년 전국노동조합협의회 쟁의부장, 쟁의국장, 조직국장
1996~2001년 민주금속연맹, 금속산업연맹 사무차장
2000~2002년 전국금속노조 사무처장
2004~2008년 17대 국회의원(비례)
2004~2006년 민주노동당 원내 수석 부대표
2007년 17대 대통령선거 민주노동당 경선 후보
2008년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2008~2009년 진보신당 공동대표
2008년 18대 국회의원선거 후보(경기 고양시덕양구갑)
2010년 경기도지사 진보신당 후보
2011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2012년 통합진보당 원내대표
2012년 18대 대통령선거 통합진보당 예비후보
2012년~2016년 19대 국회의원(경기 고양시덕양구갑)
2013~2015년 정의당 원내대표
2015~2017년 정의당 상임대표
2016~2020년 20대 국회의원(경기 고양시갑)
2017년 19대 대통령선거 정의당 후보
2019년~2020년 정의당 당대표
2020년∼ 21대 국회의원(경기 고양시갑)
2021년 10월 20대 정의당 대선 후보 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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