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결과 발표 및 보고대회에서 대선 후보자로 선출된 심상정 의원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정의당이 12일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로 심상정 의원을 선출했다. 심 의원은 결선투표에서 51.12%를 받아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48.88%)를 제쳤다. 심 의원은 애초 과반 득표가 예상됐던 경선에서 50%에 못 미쳐 결선투표 끝에 후보로 확정됐다. 심 의원은 후보 수락 연설에서 “불평등과 기후위기에 맞서는 시민을 모두 안겠다”며 “부동산 투기 공화국을 해체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심 의원의 대선 도전은 이번이 네번째다. 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하는 것도 세번째가 된다. 2012년 진보정의당 후보로 나왔을 때는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 지지를 선언한 뒤 중도사퇴했다. 2017년에는 정의당 후보로 완주해 진보정당 대선 후보 사상 최다 득표율(6.17%)을 기록했다.
심 의원은 “치열한 경선 속에서 정의당의 희망을 봤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세차례나 연속 심 의원이 진보정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것은 정의당의 한계와 과제를 동시에 보여준다. 지난 10년 심상정을 대체할 인물을 키우지 못했고, 당의 위상도 도약을 이뤄내지 못했다. 오히려 지난해 4·15 총선에서 ‘슈퍼 여당’이 탄생하면서 ‘캐스팅 보트’로서의 역할마저 쪼그라든 ‘상실의 시간’과 대면하고 있다. 당의 활력과 미약해진 진보정치의 존재감을 되살리는 것이야말로 이번 대선에서 심 의원과 정의당 앞에 놓인 최대 과제라 할 수 있다.
심 의원과 정의당은 여야 거대 양당과 차별화된 가치와 정책 제시를 통해 진보정당의 존재 이유를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무엇보다 소득·자산 양극화 심화 등 민생 위기를 돌파할 진보적 대안을 모색해 내놓을 필요가 있다. 2002년 대선에서 정의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제시했던 무상급식과 아동수당, 상가임대차보호법 등은 이후 시차를 두고 국민적 호응을 끌어내며 실제 정책으로 구현됐다. 작은 진보정당도 시대적 가치를 선취해 구체적 삶의 의제로 풀어내면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실증한 사례다.
기후위기와 젠더, 이주·난민 문제 등 새롭게 대두하는 이슈들도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대안을 보여줘야 한다. 독일 등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근본적 대응을 제시해온 녹색당의 지지가 크게 높아지고 있는 현실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심 의원이 “차악 정치를 끝내겠다”는 다짐을 지키려 한다면 무엇보다 시대와 호흡하는 비전으로 승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