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정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20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공공기관 채용실태 정기 전수조사 결과 및 개선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 오른쪽은 구윤철 기획재정부 제2차관.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1. 경북대병원은 2014년 2월 직원 채용 과정에서, 의료관련 자격증이 없어 응시 자격도 없는 직원의 자매와 조카, 자녀에게 임의로 응시자격을 부여해 최종합격시켰다. 이보다 한해 앞선 2013년 6월엔 한 응시자 어머니로부터 청탁을 받고 시력장애라는 결격 사유가 있는 응시자를 청원경찰로 뽑기도 했다.
#2. 공영홈쇼핑은 2015년 직원을 채용하며, 회사 고위직의 자녀를 포함해 6명을 단기계약직으로 뽑았다. 이들은 신규채용 시험을 거치지도 않았고, 채용이 된 후에는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3. 국방전직교육원은 2015년 1월 채용을 진행하며, 경력이 없는 응시자에게 관련 경력이 있는 다른 응시자에 비해 높은 점수로 서류·면접심사에서 합격시켰다. 이 합격자는 이후 상급자의 지시로 당초 채용직위가 아닌 다른 직위에 임용됐다.
20일, 정부가 공개한 ‘공공기관 채용실태 정기 전수조사 결과’에 나온 채용비리 사례 중 일부다. 정부는 국민권익위원회,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를 중심으로 지난해 11월1부터 3개월 동안 전 공공기관의 채용실태에 대한 정기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수사 의뢰 하거나 징계·문책요구가 필요한 채용비리 182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 가운데 부정청탁·부당지시 및 친인척 특혜 등 비리 혐의가 짙은 36건에 대해 검찰·경찰 등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근로복지공단과 한국기계연구원·원자력연구원 등 수사의뢰된 기관 31개 기관의 이름을 공개했다. 또 채용과정 상 중대·반복 과실 및 착오가 있어 적발된 146건에 대해선, 해당자에게 징계·문책을 요구하기로 했다.
유형별로 보면, 신규채용과 관련한 채용비리는 158건(수사의뢰 30건, 징계·문책요구 128건), 정규직 전환 관련이 24건(수사의뢰 6건, 징계요구 18건)이다. 특히 채용비리로 분류된 182건 중 16건에서 친인척 특혜 채용 의혹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별도로 채용규정이 불명확하거나, 규정 적용에 있어 단순 실수, 인사위원회 운영 부적정 및 공고기간 미준수 등 업무 부주의 사항 2452건이 발견됐다.
정부는 이번 조사를 통해 적발된 비리 연루자 등은 엄중하게 제재하고, 채용비리 피해자는 최대한 구제한다는 원칙하에 철저하고 신속하게 후속조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조사에서 채용비리 연루 의혹을 받는 현직 임직원은 모두 288명(임원 7명+직원 281명)이다. 정부는 임원 7명 중 수사의뢰 대상인 3명은 즉시 직무정지하고 수사 결과에 따라 해임하기로 했다. 문책 대상 4명은 기관 사규에 따라 신분상 조치를 하게 된다. 또 직원 281명에 대해서도, 즉시 업무 배제하는 한편, 향후 검찰 기소 시 퇴출한다는 방침이다.
부정합격자 13명(잠정)도 수사 결과 검찰에 기소될 경우 채용비리 연루자와 동일하게 퇴출된다. 부정합격자 본인이 기소되지 않더라도 본인 채용과 관련된 자가 기소될 경우, 해당 부정 합격자를 즉시 업무에서 배제하고 감독기관 재조사와 기관 내부 징계위원회 동의 등 일정 절차를 거쳐 퇴출할 예정이다.
정부는 부정행위로 인해 채용 단계에서 제약을 받았던 채용비리 피해자(잠정 55명)에 대해서도 구제에 나선다.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경우 채용비리가 발생한 다음 채용단계의 재응시 기회를 줄 방침이다. 최종 면접 단계에서 피해를 봤다면 ‘즉시 채용’을, 필기 단계에서 피해를 봤다면 ‘면접 응시’ 기회를 주는 방식이다.
또 피해자 특정이 어렵더라도 피해자 그룹을 대상으로 부정행위 발생 단계부터 제한경쟁채용 실시를 고려하기로 했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은 “이번 조사 결과 채용비리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일자리 창출과 청년실업 문제해결에 정부가 총력을 기울이는상황에서, 수많은 구직자의 눈물과 피땀 어린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개선 조치들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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