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본사 모습. 다음 로드뷰 갈무리
지난해 주요 은행들의 채용비리가 무더기로 드러난 데 이어 이번에는 국책은행 계열 증권사 직원들이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일)는 2016~2017년 대졸 신입 직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외부에서 청탁받은 지원자 6명의 전형별 평가 등급을 올리고 이 가운데 3명을 최종합격시킨 혐의(업무방해)로 당시 채용 실무를 총괄한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시너지추진위원 박아무개(50)씨를 구속 기소하고 전 부사장 김아무개(61)씨와 당시 인사팀장 2명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아이비케이투자증권은 아이비케이기업은행이 자본금 3000억원을 100% 출자해 2008년 7월 설립한 금융투자회사로 아이비케이금융그룹 주요 계열사 가운데 하나다.
박씨와 2016년도 인사팀장 김아무개(45)씨, 2017년도 인사팀장 신아무개(47)씨는 여성 지원자의 면접 평가 등급을 깎아 부당하게 불합격시킨 혐의(남녀고용평등법 위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남녀고용평등법 양벌규정에 따라 아이비케이투자증권도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들은 전임 사장 등 전·현직 상급자나 중요 거래처로부터 채용 청탁이 들어오면 청탁받은 지원자들을 별도로 관리했다. 서류→1차 실무면접→2차 임원면접으로 이어지는 전형 단계마다 청탁받은 지원자들이 불합격권에 있을 경우에는 평가 등급을 올려 합격권에 넣었다. 이들이 청탁을 받아 최종 합격시킨 지원자 가운데는 김 전 부사장의 석사학위 논문 심사를 맡은 대학 지도교수의 조교, 중요 거래처 대표이사의 친인척도 포함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이) 채용을 개인의 사적 이익이나 회사 실적을 위한 도구로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영업직에 남성 신입 직원이 선호된다는 이유로 여성을 차별 채용하기도 했다. 2016년 아이비케이투자증권 공채 최초 지원자 성비는 남성 135명(61.6%), 여성 84명(38.4%)이었지만, 최종 합격자 13명 가운데 여성은 2명(15.4%)에 불과했다. 2017년 최초 지원자 성비는 남성 135명(55.1%), 여성 110명(44.9%)이었는데 최종 합격자 9명 가운데 여성은 1명(11.1%)뿐이었다. 면접 전형에서 합격권에 있거나 남성과 동점인 여성 지원자의 평가 등급은 깎고 불합격권에 있던 남성들 평가 등급은 합격권으로 조작한 결과다. 2016~2017년 2년 동안 모두 20명의 여성 지원자가 이러한 조작으로 불합격 처리됐다.
앞서 지난해 6월 대검찰청 반부패부는 ‘은행권 채용비리 중간 수사 결과’를 내고 국민·하나·우리·부산·대구·광주은행 등 6개 시중은행 전·현직 직원 12명을 구속 기소하고 2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는 전·현직 은행장 4명도 포함됐다. 당시 검찰 발표를 보면, 이들 은행은 청탁 지원자 명부를 별도로 관리하고 서류 전형에서 무조건 합격시키거나 필기·면접 점수를 상향 조작하는 식으로 채용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애초 계획에 없던 전형을 신설하거나 자격조건을 조작하기도 했다.
이 은행들에서도 여성 차별채용이 이뤄졌다.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은 각각 남녀 채용 비율을 4 대 1로 사전에 정한 다음, 별도의 합격선을 적용하거나 서류 전형에서 여성 합격자 비율이 높게 나타나자 남성 지원자들의 자기소개서 평가 등급을 높이는 식으로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한은행 역시 외부 청탁 지원자와 은행 임원·부서장 자녀 명단을 관리하며 채용 특혜를 제공하고 남녀 성비를 인위적으로 3 대 1로 조정했던 것으로 지난해 10월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당시 서울동부지검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인사 실무자 2명을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재판 결과도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26일 서울남부지법은 업무방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기소된 국민은행 인사팀장 오아무개씨 등 3명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인사본부장 김아무개씨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양벌규정에 따라 재판에 넘겨진 국민은행에는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이를 두고 당시 전국금융산업노조는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반발했다. 현재 항소심을 앞두고 있다.
반면,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의 경우 지난 10일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북부지법은 이 전 행장에게 이같이 선고하면서 “불공정성의 정도가 사회 통념상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최종 결재권자로서 업무방해를 주도하는 등 죄책이 무겁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