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연쇄 총격사건이 벌어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마사지 업소 앞에 경찰들이 서 있다. 애틀랜타/AP 연합뉴스
미국에서 아시아계 시민들을 겨냥한 인종차별적 혐오 범죄가 급증하는 가운데, 16일(현지시각) 조지아주 애틀랜타 일대에서 한국계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의 목숨을 앗아간 연쇄 총격 사건이 벌어졌다. 세 곳에서 잇따라 총격 사건이 일어났는데, 첫번째는 중국계 주민이 운영하는 마사지 업소를 겨냥했고, 두번째와 세번째는 한인이 운영하는 마사지 업소 두 곳에서 벌어졌다. 희생자 8명 가운데 6명이 아시아계 시민들이다. 용의자인 21살 백인 남성을 체포한 경찰이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인데, 현지 언론과 시민단체 등은 아시아계 시민들을 겨냥한 인종차별적 혐오 범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아시아계 시민들을 노린 범죄가 잇따라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총격 사망 사건까지 벌어져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사건이 벌어진 업소의 한 직원은 인근 한인업소들에 연락해, 범인이 “아시안을 다 죽이겠다”고 말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고 <애틀랜타 한국일보>가 전했다. 비영리단체인 ‘아시아·태평양계(AAPI)에 대한 증오를 멈춰라’는 성명을 내어 “아시아계 미국인 공동체가 겪고 있는 공포와 고통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단체는 지난해 3월부터 지난달까지 아시아계 시민들에 대해 혐오 사건 신고 건수가 3795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일상과 생명에 심각한 위협을 받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임기 내내 극우 백인우월주의자들을 결집하려고 인종주의를 부추겼고, 코로나19가 확산된 뒤에는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면서 ‘중국 혐오’를 선동했다. 그 결과 아시아계 시민 전체가 증오 범죄의 표적이 되었다. 이달 초 뉴욕에서는 83살 한국계 여성이 아무 이유도 없이 폭행을 당해 의식을 잃었고, 1월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80대 타이계 남성이 공격을 받아 머리를 다친 뒤 결국 숨졌다. 미국 16개 주요 도시에서 지난 1년간 전체 증오 범죄는 7% 감소한 반면, 아시아계 시민을 겨냥한 증오 범죄만 149% 늘었다고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26일 ‘미국 내 아시아계 미국인과 태평양계에 대한 인종차별과 제노포비아, 편협성을 비난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메모’에 서명했다. 미국 사회가 인종 혐오 범죄의 심각한 현실을 직시하고, 인종에 관계없이 모든 시민들이 폭력에 위협받지 않고 안전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