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16일(현지시각) 벌어진 마사지 업소 연쇄총격 사건으로 8명이 사망하고 그중 4명이 한인 여성인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피해 업소 중 한 곳인 ‘골드 스파’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애틀랜타/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일대 세 군데의 마사지 업소에서 16일(현지시각) 연쇄 총격이 벌어져 한국계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이 숨졌다.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아시안 증오 범죄가 급증하는 가운데 벌어져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에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1차 총격은 이날 오후 5시께 애틀랜타 북서쪽의 체로키 카운티 액워스에 있는 ‘영스 아시안 마사지’에서 벌어졌다. 이곳에서 5명이 총에 맞아 2명은 현장에서 숨졌고 3명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이 중 2명이 사망했다. 이 업소의 주인은 중국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2차와 3차 총격은 이곳에서 약 48㎞ 떨어진 애틀랜타의 한인 마사지 업소 두 곳에서 벌어졌다. 애틀랜타는 미국의 대표적 한인 밀집 지역 중 하나다. 경찰은 5시47분께 ‘골드 스파’에서 강도 사건 접수를 받고 출동해 여성 3명이 사망한 것을 발견했다. 경찰은 이 현장에 있는 동안 길 건너편 ‘아로마테라피 스파’에서 총격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았다.
애틀랜타 한인 매체인 <애틀랜타 케이(K)>는 “생존한 직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골드 스파와 아로마테라피 스파) 사망자(4명)와 부상자는 모두 한인 여성”이라고 보도했다. 신원이 확인된 한인 사망자는 ‘골드 스파’ 직원인 70대 박아무개씨와 50대 또 다른 박아무개씨이며, 이들 모두 업소에서 숙식을 해왔다고 이 매체의 이상연 대표기자가 <한겨레>에 전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망자 4명이 한국계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저녁 8시30분께 유력한 용의자인 백인 남성 로버트 에런 롱(21)을 체포했다. 롱은 최근 에스엔에스에 “그들(중국)은 ‘우한 바이러스’가 어떻게 창조됐는지 알고 있으며, 50만 미국인을 죽인 것은 21세기 세계 지배를 위한 그들의 계획 중 일부일 뿐”이라며 “우리 시대 최대 악”으로 규정한 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돼,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 범죄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사망자 8명 가운데 6명이 아시아계 여성이고, 1명은 백인 여성, 1명은 백인 남성이다. 사건 발생 직후 골드 스파의 한 직원은 인근 한인 업소들에 “백인 남성이 ‘아시안을 다 죽이겠다’고 말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고 알렸다고 <애틀랜타 한국일보>는 전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는 등 팬데믹 이후 아시안 혐오 분위기가 커졌다. ‘아시아·태평양계(AAPI) 증오를 멈춰라’는 지난해 3월19일부터 지난달까지 아시안 혐오사건 신고 건수가 3795건에 이른다고 이날 발표했다.
수사 당국은 그러나 이번 사건을 아시안 증오 범죄로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밝혔다. 애틀랜타 당국 관리는 17일 “지금까지 보여지는 것은 (인종주의적 동기가) 아닐 수 있다. (숨진 아시안 여성들은) 사전에 계획되지 않은 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롱은 이런 장소들(마사지 업소)을 과거에 자주 드나들었다”며 용의자가 “성중독”일 가능성을 언급했다. 관리들은 또한 롱이 플로리다주로 가서 “일부 형태의 포르노 산업”을 공격하려 계획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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